분노 표출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분노를 남 탓으로 돌리는 유형, 두 번째는 분노를 자신에게 돌리는 유형이다. 첫 번째 유형은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알려주면 된다. '멈추고-생각하고-표현하기'를 거쳐 전두엽을 꾸준히 발달시켜 이성이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훈련시키면 된다.
첫 번째 유형의 학생들은 쉽게 흥분하고 욕하고 고함지르고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교실에서 눈에 쉽게 띈다. 이런 학생일 경우 스트레스를 외부로 표출하는 유형이라 그 방법이 적절하진 않은 경우도 있지만 학생 개인 차원에서는 스트레스 해소의 효과가 있어 두 번째 유형보다는 정신적으로 더 건강하다 볼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유형의 학생들은 드러나지 않는다. 조용히 있기 때문에 잘 발견할 수도 없고, 분노를 억누르고 자신을 공격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매우 위태롭다. 어느 날 갑자기 자살충동을 느낄 수 있는 유형이다. 우울증을 가진 아이들이 이런 유형이 많다.
남학생들은 보통 첫 번째 유형일 경우가 많고, 여학생들은 두 번째 유형인 경우가 많다. 우울한 감정은 사춘기의 보편적 감정이지만, 가정의 불화나 학교 폭력 등 지속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자살충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자살충동을 겪는 학생들과 생활한 경험이 있다. 초등고학년만 되어도 아이들은 자신이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된다. 사춘기 시기 가정에 불화까지 있는 경우 위축되고 자신감을 잃는 아이들이 많은데 내가 만난 아이들도 이에 해당하는 경우였다.
이번 편에서는 <사춘기라 그런 게 아니라 우울해서 그런 거예요>의 책을 통해 우울증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우울한 게 당연해요.
그러니까 우울해도 괜찮아요.
십 대 청소년은 여리고 상처받기 쉬운 존재이다. 아직 자기감정이 뭔지도 모르고, 감정을 조절해 본 경험도 적다. 우울은 모든 십 대가 가질 수밖에 없는 감정이라는 것을 사춘기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아이들이 우울한 이유는 비교로 비롯된 경우가 많다. SNS상에서 화려한 외모, 스펙, 부를 가진 사람들과 비교를 하다 보면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면,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해 받아들여서 상처를 받거나 피해 의식에 사로잡히게 된다. 자신이 컴플랙스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누군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우울한 마음이 생기고 분노하게 된다. 따라서 남과의 비교를 멈추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기'가 필요하다. 나를 괴롭히는 범인은 '나의 착각'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착각에서 벗어나서 자신을 너그럽게 바라봐야 한다.
'나는 왜 이럴까?'라는 급성 불안이나 우울이 나를 덮칠 때는 잔잔한 음악을 틀어 놓고 자리에 편안하게 앉아 보자. 숨을 천천히 깊게 쉰다. 그리고 지금까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려 본다. 가슴이 따뜻해지고 입가에 웃음이 피어오른다. 행복했던 순간에 머문다. 나에게 친절한 마음을 채워주고 다독여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그동안 힘들었던 만큼 푹 쉬어도 괜찮아.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은 상처가 너무 아픈 나머지 상처를 받지 않는 쪽을 택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상처는 없지만 동시에 기쁨도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다시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이 생기려면 자신에게 '아무것도 안 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줘야 한다.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노력하고, 사소한 경험으로 성공을 맞보는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보상을 주어야 한다.
우울은 심리적 분노를 자신에게 돌린 탓으로 발생한다.
몸이 이상이 없어도 스트레스만으로 몸이 아플 수 있다. 이런 경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원인을 찾지 못한다. 또한 '억압된 분도' 역시 신체로 표출될 수 있다. 이 경우에 속 쓰림, 복통, 월경통, 두통, 현기증, 신체마비, 급격한 시력저하 등 다양한 증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마음의 상처도 몸의 상처처럼 정성껏 치료해야 한다.
먼저 내가 화난 이유를 명확히 구체적으로 언어로 표현해 보자. 상대방에게 내가 화난 이유와 요구를 논리적으로 전달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도 귀 기울여 들을 준비를 한다. 화를 낼 때 중요한 것은 감정이 폭발하지 않게 잘 조절하는 것이다. 만약 감정이 폭발해서 소리를 지르고, 욕하며 분노를 전하면 나의 의견은 사라지고 상대방도 방어적으로 나오게 된다. 그러면 대화는 실패하고 모두의 마음에 상처만 남게 된다. 따라서 내 분노 감정을 상대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면 내가 그것을 차분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 차분해도 나의 화난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전달 수단은 '폭발'이 아니라 '말'이 되어야 한다.
삶은 길고 내가 어디로 가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아무것도 하기 싫고, 나만 없으면 주변 모두가 잘될 것 같은 친구들.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은 친구들. 눈앞이 깜깜할 정도로 좌절을 느끼고 있는 친구들. 이 친구들에게 '힘내, 모두 잘될 거야'라는 말은 힘이 되지 않는다. 머릿속 희망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일은 드물지만, 반대로 뒤집어 보면 내 절망도 실제 이루어질 일이 없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인생은 우연의 연속이다. 재수 없이 어두운 골짜기에 처박히다가도, 가끔 따스한 봄볕 같은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하나의 길이 꽉 막혀버리면 아예 생각해 본 적 없던 길로 연결되기도 한다.
비록 현실에 좌절할지라도 아직 벌어지지도 않은 일에 대한 괴로움까지 끌어와서 아파하지는 말자. 내일, 다음 주, 삼 년 후에 내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살 충동이 든다면, 그 감정을 아주 잠시만 견디는 것이 중요하다. '죽고 싶다'라고 말하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우울증 환자의 경우, 전두엽이 변연계를 통제하지 못해서 자살 충동이 강하게 일어난다. 따라서 언제 올지 모르는 자살 충동을 대비해 미리 준비를 해두어야 한다.
먼저 내 몸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은 미리 치워 둔다. 그리고 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들을 만들어 놓는다. 산책, 음악, 따뜻한 코코아, 혹은 친구 등 친한 누군가에게 '나 죽고 싶은 생각이 들면 전화해도 될까'라고 미리 이야기해 놓아도 좋다. 자살 충동이 찾아왔을 때 내 마음을 다스릴 방법을 1,2,3번 순으로 미리 정해 놓자.
어른이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꿈을 노트에 적어 놓는다. 세계 일주, 멋진 애인과 크리스마스 데이트하기, 독립해서 자취하기, 유럽 여행 등 사진과 그림을 같이 붙여 예쁘게 꾸며 두면 더 좋다. 그리고 자살 충동이 등 때 이 노트를 펼쳐 보자.
마지막으로 죽고 싶어 하는 나에게 한마디만 말을 걸어 주자. '죽기 전에 뿌링클 한번 먹자' 소고기, 피자, 치킨, 치즈 떡볶이! 무서운 생각이 들 때는 없어서 못 먹었던 그 음식을 당장 먹으러 나가자. 먹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다. 무엇이든 다만 30분이라도 내 시선을 돌린다면 미래는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모두 다 결국 흘러갈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나에게 우울이 찾아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아이를 돕기 위해 읽었던 책에서 내가 더 도움을 받았다.
1년짜리 담임교사의 역할은 아이의 인생에서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일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1년 동안은 더 편안해지고 작은 성취에 기뻐하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위로하고 격려하려고 노력했다.
아이의 가정 환경은 내가 바꿀 수 없었겠지만, 마음의 환경은 조금은 밝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울증을 겪는 아이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더 빨리 발견해서 하루라도 일찍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살률이 최고인 나라. 출산율이 최저인 나라.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아이들 하나하나의 생명이 너무나 소중한 때다.
아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도록
어른들이 애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