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교사를 하다 보면 독특한 느낌의 아이들을 매년 만나게 된다.
매우 산만하거나 감점조절이 안 되는 아이도 있고, 멍하게 있으면서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듯한 아이도 있다. 무기력한 아이도 있고, 너무 의욕이 넘쳐서 수업 방해가 되는 아이도 있다.
처음에는 이 아이들을 다른 아이들과 같게 만들려고 애쓰고 잔소리하고 달래고 혼내고 해 보았다. 하지만 스트레스만 쌓이고 아이의 상태가 좋아지지도 않았다. 왜 그럴까? 내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일까?
위기는 늘 기회를 준다. 나는 책을 통해 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다짐했고 책을 통해 그 방법을 찾아냈다. 이번 편에서는 <ADHD·자폐 아이를 성장시키는 말 걸기>의 책 내용과 내가 학급에 적용했던 방법들을 함께 담았다.
발달장애는 자폐범주성장애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학습장애 등 몇 가지 장애를 통합하는 총칭이다.
자폐범주성장애(ASD)의 주요 특성은 '임기응변적 대인 관계가 서툴다'는 점과 '집착이 강하다'는 점이다. 분위기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독특한 언어를 사용하며, 타인과의 관계 방식이 일방적이고 관심의 범위가 좁으며, 순서나 규칙에 집착하는 행동을 보인다.
다른 아이들과 좀 다른 데 ADHD는 아닌 것 같은 아이들이 이 범주에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친구들과 대화가 잘 안 된다. 그리고 자기만의 세계가 확고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파고드는 성향이 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주요 특성은 '부주의'와 '다동성·충동성'이다. 무심코 하는 실수가 잦고,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산만하고, 진득하게 앉아 있지 못하고, 떠오르는 대로 말하는 행동을 보인다.
ADHD 성향의 아이들은 3월부터 눈에 매우 띈다. 산만하고 의자에 진득하게 앉아있지 못한다. 화를 조절하지 못하고 욕설과 폭력으로 갈등을 일으킨다.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도 발언권 없이 선생님 말에 또는 친구들의 발표 중에 끼어들어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한다. 하지만 지능면에서는 매우 똑똑한 아이들이 많았던 것 같다.
학습장애(LD)는 '읽기·쓰기·계산에 서툴다'는 점이며, 이 중 한 가지만 서툰 아이도 있고, 둘 이상 서툰 아이도 있다.
'자폐범주성장애'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의 특성이 단독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복수의 장애 특성이 '중복'되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이런 특성이 있고, 환경이나 인간관계에서 다양한 사실과 현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지장이 있는 경우를 발달장애라고 진단하다.
발달장애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인 생활 습관이다.
옷 입기나 식사 등 기본적인 생활 습관이 몸에 배지 않는다면 그거야말로 장래에 영향을 미친다. 발달장애 아이의 긴 인생을 내다보고 잘 성장하도록 돕기 위해서는 기본생활습관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3월 학기 초부터 눈에 확 띈다. 주변 정리가 전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온갖 물품들이 책상 위에 쌓여있고, 서랍과 사물함도 엉망진창이다. 자리 주변도 쓰레기가 넘치고 무엇을 계속 잃어버리고 찾고 또 없어졌다를 반복한다.
그런 아이를 발견하게 되면 나는 단정하지 않고 3월 동안 꾸준히 관찰한다. 반드시 아이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그러는 것인지 살펴야 한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는 확신이 생기면 아이에 대한 기준을 확 낮춘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3월 한 달 동안 기본생활습관을 완전히 갖추지만 발달 장애가 있어 보이는 학생은 1학기 동안 꾸준한 지도와 관심, 배려, 이해가 필요하다. 모둠에서 도와주고 친구의 실수를 비난하지 않게 하면 아이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의 기본생활습관을 형성하게 된다.
<발달 장애 아이를 잘 키우는 포인트 3가지>
1. 발달장애 아이에게 다수의 아이와 똑같은 행동할 것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2. '적어도 이 정도쯤은'이란 말은 하지 말자.
3. '친구와 사이좋게'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발달 장애 아이 중에는 '꼭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강박감이 생겨서, 무엇을 하든 백번 양보 하면서 상대에게 자신을 맞추려 드는 아이가 있다. 이렇게 되면 과잉 적응 아이가 나오게 되고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쌓이게 된다. 아이에게 말을 건네고 싶다면 '즐겁게 놀다 오렴'이라는 말 정도로 격려해 주면 된다.
발달장애 아이에게 친구와 사이가 좋아진다는 건 목적이 아니라 결과이다. 아이에게는 '친구와 사이좋게'가 아니라, 본래의 목적인 '즐겁게'를 강조해 주기를 바란다. 그 결과 친구와 친해진다면 그것이 덤이고 부차적 효과라고 생각하자. 결론적으로 '발달장애 아이에게 사회의 일반 기준에 부합할 것을 요구하며, 무리하게 강요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관찰을 통해 발달 장애인 것 같은 아이에게는 대폭 기준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숙제도 다른 아이들처럼 해오기를 기대해서는 안되고, 다른 활동들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수업에 참여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사도 아이도 모두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리고 아이가 학교를 가기 싫어지는 상황까지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ASD인 경우 쉬는 시간, 점심시간 혼자 노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아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 성급하게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은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혼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그것에 빠져서 즐겁게 하고 있다면 그냥 두는 것이 좋다. 이런 아이들은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활동을 충분히 하게 두는 것이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발달 장애 아이 칭찬법과 꾸중법>
칭찬법의 핵심은 '속셈'이고, 꾸중법의 키워드는 '진심'이다. 아이는 방법이 아니라 부모의 속셈 혹인 진심을 본다. 단지 방법만 바꾼다면 아이에게 본심을 들켜버릴지도 모른다. 아이는 자신이 달라지고 싶을 때 달라진다. 부모는 아이를 칭찬하거나 꾸짖으면서 도움을 주는 정도밖에 할 수 없다. 그런 생각으로 육아를 하는 것이 좋다.
발달 장애 아이가 '하고 싶은' 목표를 달성하고, 평상심과 달리 약간 흥분했을 때, 그 성취감에 공감하듯 슬쩍 칭찬한다. 그 점을 가끔 잊지 않는 정도면 충분하다. 칭찬하는 순간에도 요란스럽게 많은 말보다는, 슬쩍 가볍게 건네는 정도가 좋다.
발달 장애 아이에게 능력 부족을 꾸짖어서는 안 된다. 아이가 계속 실수하면 '부주의로 인한 실수'이니, '좀 더 집중해야지'하고 꾸짖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부주의한 실수도 실력의 일부이다. 그보다는 과제를 조절해 주어 아이가 잦은 실수 없이 다양하게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좋다.
'학력, 지력 능력이 높은 것과 사회 적응은 별개다'
학력이 높은 것과 사회 적응을 잘하는 것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학습 능력과 사회에서 살아가는 힘은 별개로 생각해야 한다. 아이가 어렵지 않게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생활 스킬을 연마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만나 본 발달 장애 학생들도 의외로 학습 능력이 뛰어났다. 그 때문에 학부모들은 아이가 평범한 아이들과 모든 면에서 비슷해질 수 있을 거라고 희망한다. 그래서 교사에게 '아이가 숙제를 안 해오면 남겨서라도 다 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그럴 경우 나는 단호하게 거절한다. 아이에게 숙제는 하기 어려운 것이다. 남아서 하게 되면 교사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고 학교를 가기 싫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별 말없이 등교를 하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하교하는 것이 발달 장애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사회 적응 과정이다.
그리고 아이가 학습 능력이 뛰어나서 욕심이 나는 나머지 '아이에게 100점을 강요'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그러면 아이는 강박이 생길 수 있고 더 예민해지고 폭력적으로 변할 수 있다. 늘 어려운 과제이지만 발달 장애 아이의 부모가 욕심을 내려놓는 수밖에 없다. 그게 아이를 위한 길이다.
'흥미를 자극하면 발달로 이어진다'
발달장애 아이는 자기가 흥미를 느끼는 것을 통해서 나름의 방법으로 발달해 가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발달로 보일 수도 있지만, 그 아이로서는 그것이 근접발달영역을 따라 성장해 가는 길이다.
속도를 조절하면 부모도 아이도 편안해진다. 어떻게 해야 자신과 아이가 모두 편안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생각하는 것이 좋다. 양육의 속도나 방향을 잘 전환하면 아이가 자유롭게 지내기도 하지만, 그 결과로 부모가 편안해지기도 한다.
나도 발달 장애 아이를 만나면 이 아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지고 관찰한다.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면 그림을 충분히 그릴 수 있도록 종이를 제공하고, 아이의 그림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보이고 코멘트를 해준다. 춤을 잘 추는 아이는 관련 교과 시간에 춤을 출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칭찬 포인트를 찾아서 칭찬을 해준다.
분명 집착적으로 잘하는 분야가 하나씩은 있었던 것 같다. 그 분야를 꾸준히 개발할 수 있게 도와주면 아이는 학교 생활에 흥미도 가지고 선생님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진다. 물론 친구들의 인정을 받는 것은 덤이다.
'사회 규범은 꼭 지킨다'
남에게 억지로 맞추지 않으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을 찾는다. 동시에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도 이해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특성을 이해해 가는 과정이다. 남에게 무리하게 맞출 필요는 없지만, 사회에는 최소한 지켜야 할 규범이 있다. 남에게 맞추는 것이 어렵다고 해서 규범을 무시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른 학생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학급에서 꼭 지켜야 하는 규범을 어기는 것까지 봐줄 순 없다. 이는 그 아이를 위해서도 친구들과의 관계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친구를 때리거나 욕하고, 어른에게 예의 없게 행동하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경우는 단호하게 지도하여야 한다. 당연히 학부모에게도 이를 알리고 가정에서도 문제 행동에 대한 지도를 부탁해야 한다.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라는 것을 꾸준히 단호하게 지도해야 한다.
'서툰 일, 싫어하는 일'은 적극적으로 피해도 된다.
발달장애 아이에게 본인의 노력만으로는 '이 정도쯤'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노력으로 고난을 극복하라'는 가치관을 강요받으면 그것을 달성하지 못했을 대 자신감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기보다는 서툰 일은 도움을 받고 잘하는 일 아니 좋아하는 일은 활동의 폭을 넓혀가는 쪽이 훨씬 의미 있다.
나는 모둠 자석을 칭찬과 책임 자석으로 준다. 그러면 발달 장애 아이가 포함되어 있는 모둠을 어쩔 수 없이 칭찬 자석을 많이 못 받고 책임 자석은 늘 수밖에 없다. 하지만 칭찬과 책임 자석을 주는 목적은 모둠끼리 협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꾸준히 아이들에게 '실수를 비난하지 말고 친구를 어떻게 도울지 생각하라'라고 지도한다.
그러면 아이들은 친구의 실수에 스트레스받지 않고 도울 방법을 찾는다. 그런 모습에 칭찬 자석을 붙여주며 계속 격려하다 보면 아이들이 오히려 발달 장애 아이와 같은 모둠이 되고 싶어 한다. 발달 장애 아이도 교실 속에서 친구들에게 미안해하지 않으며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게 된다.
발달 장애아이에게 화내고 짜증 낸다고 아이가 변하진 않는다. 잘못은 어른에게 있다.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아이가 할 수 없는 것은 모두가 협력해 도움을 주고, 아이가 잘하는 것은 꾸준히 칭찬하고 기회를 줘서 스스로 변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먼저 발달 장애 아이가 교실 속에서 순조롭게 생활하는 것을 첫째 목표로 삼아야 한다. 다음으로 아이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야 한다. 또한 반드시 아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규범에 벗어나는 행동은 단호하게 지도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