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속 심리학이 필요한 순간

by 책엄마의 생각부엌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아이를 만날 때가 있다.


분명히 뻔한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시치미 떼는 아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매번 남 탓만 하는 아이, 집에서의 행동과 학교에서의 행동이 너무 다른 아이, 사사건건 화를 내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번 편에서는 <심리학 교실을 부탁해>의 내용 중 이런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던 내용을 담았다.





<<가면 쓰기 - 칼 융>>

'페르조나'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로마 시대 연극 무대에서 쓰인 라틴어로 '가면'을 의미한다. 정신분석학자 칼 융은 자신이 창시한 이론인 분석심리학에 이 용어를 차용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로 누구도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다. 생존을 위해 타인과 관계가 필수적이다. 분석심리학의 관점에서는 이 수많은 타인과의 관계가 연극 무대인 것이다. 이때 연기자가 무대 위에서 쓰는 가면, 즉 연극의 배역을 융은 '페르조나'라고 칭했다.


아이들이 가진 순수한 감정들은 정제하지 않은 채 표출할 경우 연극은 흥행할 수 없다. 페르조나는 이 감정들을 예쁘게 포장하는 역할을 한다. 가장 눈치 보이는 관객인 부모나 교사가 앞에 있다면 아이들은 가면을 예쁘게 치장한 채 더욱 혼신의 연기를 펼칠 것이다.





아이들은 쉽게 상처받고 쉽게 억제한다.


분노를 누르는 데 성공했을 경우 '착하고 예쁜 아이, 모범적인 학생'등의 찬사가 돌아온다. 지키지 못했을 때는 '못된 아이, 버릇없는 아이'라는 무수한 비난의 소리를 듣게 된다.


마음의 평화를 유지해 주는 수많은 종류의 방파제가 있는데 그중 가장 사용 빈도가 높은 것 중의 하나가 '억제방어기제'이다. 비난, 죄책감을 피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감정을 감추는 행위가 모두 억제에 속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 사회화된다는 것은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배려, 나눔, 이타심 같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가치가 페르조나, 억제의 과정에서 성장한다.







<<무의식으로 가는 길 - 지그문트 프로이트>>


무의식이란 말 그대로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는 광활한 내면의 세계를 말한다. 프로이트는 누구나 무의식으로 향하는 길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정신분석'의 방법을 만들었다.


'정신분석'은 인간의 정신적 증상(분노, 공포, 우울 등)은 물론 일부 신체적 증상(두통, 경련, 만성피로 등)도 마음의 상처 같은 정신적 문제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는 인식을 확립했다.


고차원적인 양가감정(좋아하면서도 싫어하는 감정처럼 동시에 느껴지는 양면적 감정)을 다룰 수 없는 아이는 부모에 대한 분노, 슬픔 등의 감정을 느껴서는 안 되는 감정으로 치부한다. 죄책감 또한 느끼게 된다. 자연스레 부모를 향한 부정적인 감정은 마음속 깊숙이 억압된다.


무의식에서 비롯된 이유 모를 감정적 위기를 겪고 있다면 '감정전이'를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괴롭고 힘든 그 순간이 바로 나의 무의식을 살펴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화라는 감정은 우리의 적이 아니라 보살핌의 대상이다. 나의 감정을 보살피고 보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존심의 공범 - 피터 웨이슨>>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쉽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정보는 꼬투리를 잡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영국의 대표적인 인지심리학자 피터 웨이슨이 1960대 제시한 개념으로 '내쪽 편들기'라고 불린다.


인지부조화와 확증편향이라는 공범이 벌이는 사기극을 우리는 '자기합리화'라고 부른다. 이 사기극에는 '자존심'이라는 진범이 숨어 있다. '자존심'은 모든 인간의 마음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러므로 누구든 이런 사기극의 범인이 될 수 있다.






유독 자기합리화가 심한 아이들의 공통점

1. 칭찬받는 일은 적고 혼나는 일이 매우 잦은 아이

2. 자기주장이 강하고 항상 1등이 되려 하며 남한테 뒤처지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아이

3. 부모님이 매우 엄격하고 잘못할 경우 호되게 혼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는 아이



성장과정에서 충분히 사랑받고 인정받아 '진정한 자아존중감'이 높은 아이일수록 자기합리화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적다. 이런 아이는 잘못을 저질러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라 해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잘못을 시인한다.


반면에 자아존중감이 낮은 아이는 현실을 외면하고 자기합리화를 해서라도 '나는 괜찮은 사람이야.'라는 신념을 지키려 고군분투한다. 합리화를 하지 않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순간 신념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자기합리화가 심한 학생에게는 먼저 학생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학생을 주의 깊게 관찰하여 왜 계속 남의 탓을 하는지 속마음을 파악해야 한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게 하는 뿌리 깊은 상처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상처를 가진 학생들에게 호된 꾸중은 오히려 학생의 과잉 방어 성향을 강화시키는 일이 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하는 아이를 만나게 되면, 먼저 가정환경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집에서 아이에게 지나치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는지, 부모 중 누군가가 매우 엄격해서 주눅 들어 있지 않은지, 가정이 불안정한 상태인지 등을 살펴 아이의 심리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이런 아이들은 이성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아이는 화내고 짜증 내고 폭력을 사용하는 것에 분명히 이유가 있다고 자기합리화를 하지만, 사실 억압된 감정을 본능적으로 표출하여 스트레스를 풀려는 무의식이 작동한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왜 쉽게 짜증 내고 화내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냥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다룰지 몰라 이유를 만들어서 표출할 뿐이다. 자기 나름대로 살 궁리를 한 것이다.


집에서는 완벽한 아이여야 하고 또는 부모가 무서워 욕구를 억압하고 있다가 학교에 와서 또래 약한 친구에게 스트레스를 무의적으로 표출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아이를 지도할 때는 폭탄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천천히 다가가야 한다.


심리학을 통해 아이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서 연민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돕게 되었다. 어른들 때문에 받은 상처를 누군가 보듬어 주지 않으면 아이는 끊임없이 친구들을 힘들게 하고 결국 자신의 학교생활도 힘들어지게 된다. 학교생활을 원활히 하지 못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생활이 쉽지 않을 것이다.


심리학을 알면 아이를 이해하게 된다.

이해하면 연민을 가지고 돕게 된다.

이전 06화ADHD 아이와 함께 지내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