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포그바는 2010년대 맨유가 배출한 최고의 재능이었다. 출전 기회를 찾아 유벤투스로 떠난 포그바는 탄탄한 신체 조건과 화려한 기술, 정확한 킥에 스타성까지 모든 걸 갖춘 최고의 선수가 되어 맨유로 돌아왔다.
돌아온 포그바는 올드트래포드 최고의 스타이자 가십거리가 되었다. 맨유는 포그바의 기행과 뛰어난 경기력에 매번 휘둘렸다. 맨유 복귀 이후 기복 있는 경기력과 함께 그라운드 밖에서 많은 가십거리를 낳던 포그바는 결국 맨유를 떠나 다시 유벤투스로 향했다.
비록 맨유와 포그바는 아름답지 못한 결말을 맞이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포그바는 당시 맨유가 보유한 중원 자원 중 항상 첫 번째로 꼽히는 선수였다. 포그바 이적 이후 맨유의 중원은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 반 더 비크, 맥토미니, 프레드, 카세미루, 암라바트, 에릭센 등 많은 선수들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뚜렷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 맨유의 중원 미래를 책임질 젊은 재능이 나타났다. 스포츠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 ‘옵타 애널리스트’는 이 선수를 두고 과거 맨유의 중원의 버팀목이었던 마이클 캐릭을 연상케 한다며 칭찬하기도 했다. 올드트래포드의 중원을 책임지고 있는 코비 마이누를 함께 알아보자.
코비 마이누는 2005년생의 잉글랜드 국적을 가진 젊은 중앙 미드필더이다. 9살 때부터 맨유에 합류한 성골 유스 출신이다. 유소년 시절부터 두각을 드러내며 순탄하게 성장한 마이누는 2022년 5월 맨유와 첫 프로 계약을 맺으며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2023년 1월 11일 리그컵 경기에서 맨유 데뷔전을 치른 마이누는 2월 9일 2027년 6월까지 재계약을 맺으며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23/24 시즌 많은 기대를 받으며 시즌을 시작한 마이누는 꾸준히 명단에 포함되며 1군 선수로 자리 잡았다. 믿을만한 중원 자원이 없던 맨유는 시즌을 치를수록 마이누를 선발로 기용하는 횟수가 늘기 시작했고, 마이누는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울버햄튼과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돌파에 이은 절묘한 슈팅으로 결승골을 득점하는 등 뛰어난 활약으로 팀의 주축으로 거듭났다.
마이누의 활약에 잉글랜드와 가나 축구 대표팀 또한 마이누를 주목하고 있다. 수비형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를 두루 볼 수 있는 그의 재능은 맨유 중원의 큰 힘이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맨유 중원의 미래로 평가받는 마이누의 장점은 무엇일까? 유소년 시절부터 폴 포그바에 비견되던 마이누의 장점을 살펴보자.
마이누는 주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위치한다. 강한 압박이 보편화된 현대 축구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는 경기 내내 상대 선수들의 압박을 견뎌내야 한다. 단편적인 예시로 2024 아시안컵에서 박용우는 대회 내내 상대팀의 전방 압박을 못 이기고 치명적인 실수를 반복했다.
마이누의 가장 큰 장점은 섬세한 퍼스트 터치에 기인한 압박에 대처하는 능력이다. 그는 어린 나이와는 별개로 상대의 압박을 침착하게 견뎌낸다. 이러한 마이누의 장점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리그라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빛을 발한다.
위 경기는 2월 18일 루턴 타운과의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경기이다. 전반 37분경 마이누는 타히트 총과 알피 도허티의 압박을 뚫어내며 볼을 센터 서클까지 운반해 냈다. 이 장면 외에도 마이누는 해당 경기에서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6번의 드리블을 성공시키며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다.
위 경기는 2월 11일 아스톤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경기이다. 후반 40분경 마이누에게 아스톤 빌라의 선수 두 명이 빠르게 붙어 압박을 가했다. 경기 막바지에 체력과 집중력이 흐트러질 법도 했지만, 마이누는 침착하게 볼을 컨트롤하며 뒤에 자리 잡은 달로트에게 볼을 내줬다.
달로트는 자유롭게 크로스를 올렸고, 이를 맥토미니가 결승골로 연결하며 맨유가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마이누의 침착함이 기점 역할을 해낸 중요한 장면이었다.
데이터를 살펴보면 마이누의 침착함은 더욱 돋보인다. 그는 총 11경기의 프리미어리그 출전 경기에서 압박을 90분당 19.6번이나 받았다. 이는 이번 시즌 유나이티드 스쿼드에서 4번째로 많은 기록(최소 170분 플레이)으로, 경기장 내 분주하고 혼잡한 지역에서 마이누가 훌륭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마이누의 장점은 단순히 볼을 뺏기지 않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맨유의 전반적인 공격 작업에서도 높은 관여도를 보이며 경기 자체에 큰 영향력을 끼친다.
위 데이터는 마이누의 프리미어리그 데뷔 이후 맨유의 슛으로 끝나는 오픈 플레이 시퀀스를 나타낸다. 이 데이터에서 마이누는 23번의 참여 횟수를 나타내며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달로트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를 90분당 횟수로 환산하면 마이누의 수치는 더욱 올라간다. 마이누는 90분당으로 환산한 데이터에서 2.37회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 그가 맨유의 공격 과정에서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여느 수준급 중앙 미드필더들이 전부 그렇듯이, 마이누 또한 안정적이면서도 뛰어난 볼 운반 능력을 갖고 있다. 마이누는 프리미어 리그 데뷔 이후 그가 기록한 캐리 중 57%를 프로그래시브 캐리(공을 가지고 5미터 이상 전진 이동)로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동안 그보다 많은 프로그래시브 캐리 비율을 기록한 선수는 맨체스터 시티의 로드리(57.9%)가 유일하다.
그의 전진성은 맨유의 플레이 스타일과도 어울린다. 맨유는 23/24 시즌 토트넘과 리버풀 다음으로 많은 195회의 상대 페널티 박스 안에 도달하는 공격 전환 횟수를 기록했다. 역습 시도가 많은 맨유의 플레이 특성상, 마이누의 안정적인 볼 운반 능력은 맨유의 역습 속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마이누를 지도하는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은 “2022년 가을에 그를 처음 봤다. 그는 21세 이하 팀에서 너무나도 편안해 보였고, 우리는 그가 훨씬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에게 많이 밀어붙이기 시작했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는 빠르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목표를 달성했던 것처럼 침착함을 유지하길 바란다. 그는 결단력이 있고 좋은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가 계속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의 재능과 미래를 칭찬했다.
한편 마이누는 빠르게 올드트래포드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맨유에서 총 13 경기를 선발출전해 61.5%의 승률을 거뒀다. 마이누가 선발 출전하지 않을 때의 맨유 승률은 45.5%였다. 물론 그가 상대한 팀들 중엔 위건이나 뉴포트 카운티 같은 하부 리그의 팀들도 포함되어 있지만, 마이누가 빠르게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사실이다.
과거 맨유는 폴 스콜스, 마이클 캐릭 등 뛰어난 중원과 함께 황금기를 구축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웨인 루니 등 화려한 공격진 뒤에는 항상 그들을 받쳐주는 든든한 중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이누는 선배들의 뒤를 따라 맨유의 황금기를 다시 열 수 있을까. 우선, 꽃은 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