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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챠오 Mar 29. 2024

‘Iconic’에서 ‘Captain’으로

“그는 절대 월드 클래스가 아닙니다”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손흥민을 두고 했던 이야기다. 이미 세게 최고 리그 중 하나인 프리미어리그에서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이었지만, 아들이 자만하지 않길 바라면서, 또한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길 바라면서 아버지는 구태여 아들에게 엄한 잣대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23/24 시즌, 어쩌면 손웅정 감독도 손흥민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아직 시즌이 채 끝나지 않았지만, 그만큼 손흥민이 23/24 시즌 자신이 짊어져야 했던 부담들을 이겨내고 스스로를 증명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23/24 시즌 토트넘은 최근 몇 년간의 부진을 딛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지휘 아래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술로 인해 고꾸라지는 경기도 있지만, 그럼에도 토트넘이 다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그 중심에는 토트넘의 기둥이자 에이스 손흥민이 있다. 22/23 시즌의 부진을 깔끔하게 떨쳐버리고 토트넘의 캡틴이자 변함없는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는 ‘아이코닉 손’, 손흥민의 23/24 시즌을 조명해 보자.




선수 소개


토트넘의 에이스 손흥민 / 출처 - 손흥민 개인 sns


손흥민은 1992년생 대한민국 국적의 윙어이다. 주로 왼쪽 윙 포지션에서 출전하지만 상황에 따라 공격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양발 사용에 능하며, 뛰어난 슈팅 능력과 스피드로 상대 수비진을 위협한다.


2008년 대한축구협회의 유망주 육성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함부르크로 떠난 손흥민은 2009년 11월 함부르크와 정식 계약에 성공했다. 계약하고 첫 시즌인 10/11 시즌부터 곧바로 1군 명단에 포함되며 많은 기대를 받은 손흥민은 당시 함부르크의 최연소 득점 기록에 이름을 올리는 등 ‘원더 키드’로서 잠재력을 증명해 냈다.


손흥민은 빠르게 함부르크에서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함부르크 역시 2010년 11월 손흥민과 4년 장기 재계약을 맺으며 그와 오랜 시간 함께하고픈 마음을 드러냈다.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에 데뷔한 지 고작 3개월이 되던 시점이었다.


12/13 시즌까지 함부르크의 주축으로 활약한 손흥민은 13/14 시즌을 앞두고 같은 분데스리가의 전통의 강호, 레버쿠젠으로 이적했다. 다소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적 첫 시즌부터 12골 7도움이라는 훌륭한 성적을 거둔 손흥민은 14/15 시즌 17골 3도움으로 한층 더 날카로운 결정력을 뽐냈다.


15/16 시즌 개막 직후 토트넘으로 적을 옮긴 손흥민은 토트넘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적 후 달라진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며 부진한 시즌을 보내던 손흥민은 16/17 시즌부터 무서운 상승세를 보였다. 당시 토트넘은 손흥민과 함께 해리 케인,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와 함께 ‘DESK’ 라인을 구성하며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공격력을 보유했고, 18/19 시즌에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진출하며 클럽의 최고 전성기를 보냈다.


손흥민은 이후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클럽으로 이적해야 한다는 여론의 주장에도 토트넘과 지속적으로 재계약을 맺으며 커리어를 함께 했다. 그는 토트넘에서 최다 도움 1위, 프리미어리그 최다 득점 2위, 구단 역사상 프리미어리그 100골 - 50도움을 돌파한 최초의 선수, 구단 역사상 득점왕을 차지한 최초의 비유럽인 선수 등 토트넘 역사 전반에 걸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22/23 시즌의 부진


부상과 부진으로 다사다난한 22/23 시즌을 보냈던 손흥민 / 출처 - 손흥민 개인 sns


이처럼 클럽 역사에 한 획을 긋고 있는 손흥민에게도 위기가 있었다. 22/23 시즌은 손흥민의 토트넘 커리어 중 가장 힘겨운 시즌으로 꼽힌다. 시즌 내내 부상을 숨기며 뛰던 손흥민은 본래의 퍼포먼스를 보이지 못하며 득점왕 수상 직후 시즌 많은 실망감을 안겼다.


토트넘 또한 그의 부진과 함께 순위가 폭락했다. 유럽 대항전 진출권 경쟁에서도 밀려난 토트넘은 손흥민의 영원한 파트너 해리 케인까지 바이에른 뮌헨으로 떠나보냈다. 이후 새로운 감독까지 선임한 토트넘은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점점 많아지는 손흥민의 나이와 신체적 폭발력을 이용하던 그의 플레이 스타일, 떠나버린 파트너와 부진에 허덕이는 클럽, 그리고 빅리그 경험이 전무한 새로운 신임 감독까지.


수많은 부정적인 요소들이 23/24 시즌을 앞두고 손흥민을 기다리고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입성 이후 케인이 없는 첫 시즌이자, 다시 한번 스스로를 증명해 내야 하는 시간이었다.




23/24 시즌을 앞두고 손흥민이 맞이한 변화들


케인의 이적으로 인한 포지션 변화


케인과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했던 손흥민 / 출처 - 손흥민 개인 sns


케인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공격수 중 한 명이자 손흥민과 환상적인 케미스트리를 자랑했던 토트넘의 자랑이었다. 물론 최근 몇 년 동안 잦은 이적설로 클럽과 마찰을 빚어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케인은 토트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토트넘이 23/24 시즌 유럽 대항전 진출권을 따내지 못하면서 케인은 끝내 토트넘을 떠나 독일로 향했다. 이후 토트넘은 새로운 공격수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지만 눈에 띄는 보강은 없었다. 유망주였던 브래넌 존슨이 합류했지만, 케인의 대체자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했다.


결국 마땅한 대체자를 영입하지 못한 토트넘은 손흥민을 최전방 공격수로 올리는 변화를 선택했다. 물론 그가 오프 더 볼 움직임에 능하고 뛰어난 결정력을 갖춘 선수인 것은 분명했지만, 직전 시즌 부진했으며 커리어 대부분을 윙어 포지션에서 뛰던 선수를 비교적 낯선 포지션에 기용하는 것은 큰 모험이었다. 선수 본인에게도 다시 한번 자신을 증명해야 했기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새로운 감독의 선임


토트넘에 새로 부임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 / 출처 - 토트넘 공식 sns


누누 감독의 뒤를 이어 토트넘을 위기에서 구해냈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다시 한번 토트넘을 위기에 빠뜨리고 클럽을 떠났다. 토트넘이 선택한 새로운 선장은 22/23 시즌 셀틱에서 ‘도메스틱 트레블’을 달성한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이었다.


그동안 콘테 감독의 수비 위주의 전술에서 탈피할 수 있을 만큼 공격적인 전술적 색채가 뚜렷하고 스코틀랜드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는 점은 기대감을 모았지만, 그가 아직 유럽 주요 리그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는 것, 유럽 대항전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는 점은 분명히 불안 요소였다.


항상 리스크를 감수하기를 꺼려하던 토트넘의 성향을 감안한다면 실로 파격적인 선임이 아닐 수 없었다.




주장 임명


23/24 시즌 토트넘의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된 손흥민 / 출처 - 손흥민 개인 sns


케인과 요리스가 토트넘을 떠나는 것이 확실시되자 손흥민의 라커룸 내에서의 영향력도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평소부터 어린 선수들을 챙기고 모든 선수들과 두루두루 친분을 유지하던 손흥민이었기에 자연스러운 변화였다.


새로 토트넘에 부임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손흥민을 토트넘의 새로운 캡틴으로 임명했다. 일전에 박지성이 맨유에서 단발성으로 완장을 차고 출전한 사례는 있었지만, 풀타임 주장으로 임명된 것은 코리안리거 중에서도 최초였다.


또한 이는 토트넘 역사상 최초의 비유럽 출신 주장 선임이었다. 역사적이고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지만, 이미 많은 부담을 지게 될 시즌에 주장이라는 무게감까지 가중된다는 것은 충분히 걱정스러운 부분이었다.




손흥민의 증명


지난 시즌 부진에서 탈출해 23/24 시즌 토트넘을 이끌고 있는 손흥민 / 출처 - 손흥민 개인 sns


수많은 변화와 책임에도 손흥민은 굳건했다. 그는 토트넘이 요구하고, 필요로 했던 모든 것을 보여줬으며, 자신이 토트넘 최고의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23/24 시즌 토트넘이 프리미어리그 28경기를 치르는 동안 25경기에 출전해 14골 8도움을 기록, 경기당 1개에 가까운 공격 포인트를 생산했다. 특히 그가 득점한 14골은 그가 이전에 보낸 8번의 시즌 중 5번의 전체 시즌 득점을 넘어서는 수치이다.


수치로 따져보면 손흥민의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손흥민의 최근 6시즌 기대 득점과 실제 득점 수치를 나타낸 그래프 / 출처 - 디 애슬레틱


위 그래프는 손흥민이 최근 6시즌 동안 자신의 기대 득점 수치와 실제 득점 수치를 비교한 그래프이다.


파란색으로 그래프가 상승하면 기대 득점보다 더 많은 실제 득점을 해냈다는 뜻이며, 실제로 손흥민이 대부분의 경기에서 자신의 기대 득점보다 더 많은 실제 득점을 해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월 10일 아스톤빌라와의 경기 전 작성 됐던 23/24 시즌 프리미어리그 기준 기대 득점 대비 실제 득점 그래프 / 출처 - 디 애슬레틱


특히 23/24 시즌 프리미어리그 기준 손흥민은 그 어떤 선수보다 기대 득점 수치를 상회하는 득점력을 보이고 있다. 손흥민의 기대 득점 수치는 8골에 가까웠지만, 그는 실제로 14골을 득점하며 자신이 토트넘을 넘어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가장 날카로운 창이라는 사실을 어필하고 있는 중이다.


손흥민의 23/24 시즌 프리미어리그 기준 득점 히트맵과 기대 득점, 출전 시간을 나타낸 데이터 / 출처 - 옵타 애널리스트


위와 같은 뛰어난 개인 성적과, 원정 경기 때마다 팬들 앞에서 허들을 하며 의지를 불태우고, 새로 이적 온 선수들을 가장 앞에서 챙기며 아끼는 그의 리더십은 부정적인 시선이 가득하던 토트넘의 23/24 시즌을 뒤바꿨다.


토트넘은 현재 4위 아스톤 빌라보다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태로 승점 3점 차를 유지하며 5위에 위치, 시즌 막바지까지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2021년 7월 23일 토트넘과 재계약을 맺은 손흥민 / 출처 - 토트넘 공식 홈페이지


과거 2021년 7월 23일, 토트넘은 손흥민과 재계약을 맺었다. 당시만 해도 손흥민의 재계약은 많은 아쉬움을 낳았다. 당시 토트넘이 꾸준히 유럽 대항전 진출권을 두고 경쟁하던 클럽이긴 했지만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클럽은 아니었기 때문에, 현지 매체들 또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이던 손흥민이 다른 클럽으로 이적하지 않은 것에 의아함을 표하기도 했다.


우승이 한 선수를 평가할 때 중요한 척도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단지 우승만이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손흥민은 이미 토트넘 그 자체이다. 2021년 재계약 당시 토트넘은 ‘Iconic So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을 가면 경기장 곳곳에 손흥민 얼굴이 보인다. 클럽 스토어를 가도, 런던 시내를 돌아다녀도 손흥민의 유니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손흥민에 대한 칭찬과 존중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토트넘의 리더 손흥민 / 출처 - 손흥민 개인 sns


부푼 꿈을 안고 독일에서 런던으로 건너온 청년은 그렇게 한 클럽의 아이콘이자 어엿한 리더가 됐다. 토트넘은 다시 한번 유럽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길 갈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선두에는 언제나 그렇듯, 손흥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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