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10개과를 공부한 날

식물 모니터링

by 이경아

이번 식물 모니터링은 원예학과 선생님이 와서 함께했다. 이 선생님은 지난번 교육 때와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식물의 체계에 대해 알려주려 애썼다.

우리가 식물을 볼 때 체계를 가지고 보기를, 알아가기를 무엇보다 바라는 것 같았다.


날씨는 벌써 폭염 주의보까지 내려지는 여름 날씨로 접어들었지만, 바람이 많고 구름까지 나와준 날이었다.

덕분에 놀이 나온 듯 재밌게 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번에 우리가 관찰한 식물은 10개의 과였다.

장미과, 참나무과, 소나무과, 콩과, 벼과, 미모사과, 질경이과, 느릅나무과, 물푸레나무과, 층층나무과


처음 만난 나무는장미과 일본조팝나무였다.

본조팝나무는 분홍색 꽃이 활짝 펴서 이미 지고 있는 꽃도 보였다.

선생님은 꽃 한 송이를 잘 관찰하여 구조를 살펴보라고 했다.

우산꼴 모양의 산방꽃차례인 일본조팝나무는 꽃은 여러 꽃송이가 하나의 꽃처럼 느껴진다. 새삼 꽃 한 송이를 관찰하라고 해서 깨달았다. 일본조팝나무 꽃은 참 작구나. ㅎㅎ

너무 작아 노안이 있는 나로서는 육안으로 살피기 어려웠다. 루페를 꺼내 살펴보았다.

장미과의 특징처럼 일본조팝나무는 꽃받침이 5개 꽃잎이 5개 통꽃 수술은 많고 암술이 5개다.

장미과에는 4개의 아종이 있다. 장미아과, 능금아과, 앵두나무아과, 조팝나무아과가 있다.

장미아과는 암술이 많이 갈라져 씨앗도 많이 맺히는 취과다. 대표적으로 딸기가 있다.

능금아과는 암술 하나가 5개의 심피로 나뉜다. 쉽게 생각하면 5개의 방이 있는 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과, 배, 산사 같은 이과 식물들이다.

앵두나무아과는 1개의 암술에 1개의 심피를 갖는 핵과다.

조팝나무아과는 5개의 암술에 5개의 열매가 맺히는 골돌과다. 쉽게 말하면 5개의 원룸 방이 달렸다고 생각하면 된다.


다음은 참나무과인 밤나무 관찰이었다.

밤나무는 암술과 수술이 따로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기다란 밤꽃은 수술이다. 암술은 가지 옆에 동그란 모양으로 매달려 있다. 우리가 밤송이를 까보면 그 안에 밤알이 3개가 모여있다. 이 말은 곧 암술이 3개란 뜻이다. 밤알의 끝이 뾰족한 곳이 암술대가 마른 자국이다. 밤 열매는 암술대의 밑에서 열매가 열리는 자방하위란 걸 알 수 있다.

밤송이를 보면 가시가 감싸고 있는데 이것은 총포다.


다음은 소나무과인 소나무를 봤다.

소나무는 인편이 기왓장을 얹듯 감싸고 있다고 하여 복와상이라고 한다.

소나무 수분을 하고 수정을 하기까지 시간이 12주나 걸린다. 복와상으로 겹겹이 쌓인 인편들 사이로 꽃가루가 들어간다고 해도 딱딱한 인편을 뚫고 수정까지 이루어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가을에 떨어지는 솔방울을 보면 그 인편 하나하나에 날개를 단 씨앗들이 들어 있는 걸 본다. 인편 한 조각 한 조각들이 오랜 시간 기다리고 익은 흔적인 것이다.

우리는 인편 조각을 하나 떼어 쪼개 보았다. 벌써 씨앗이 투명한 날개를 달고 있었다. 절로 입이 벌어지고 감탄이 터져 나왔다.


벼과인 갈뿌리가 다음에 본 식물이다.

마디는 막히고 대는 비어 있는 벼과의 특징을 보여 줬다.

갈뿌리 잎의 가장자리를 보니까 반짝였다. 이곳에 규소가 축적된다고 한다. 규소는 유리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다. 그래서 벼과 식물의 잎을 손으로 훑으면 다칠 수가 있다.


다음은 콩과 토끼풀을 봤다. 우리가 꽃시계도 만들고 화관을 만드는 그 토끼풀 꽃은 사실은 그 자체가 꽃다발이다. 작은 꽃들이 한송이처럼 모여 있다. 콩과는 꽃받침 5개 꽃잎 5개 수술은 9+1 암술 1개다. 작은 꽃을 하나 따서 쪼개어 보니 암술 밑으로 열매들이 층층이 맺혀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다음은 여름밤을 꿈속으로 데려다주는 자귀나무를 봤다. 자귀나무과라고도 하고 미모사과라고도 한다. 자귀나무의 나풀거리는 가느다란 분홍색은 꽃이 아니다. 꽃은 거의 꽃대에 딱 붙어 있다. 그 밑으로 꽃받침은 거의 퇴화된 듯 꽃대에 무늬만을 보여줄 뿐이었다. 그래도 분명 꽃받침 5개 꽃잎 5장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수술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았고 그중 암술은 딱 하나 있었다. 수술은 모두 분홍색이고 수술머리가 있다. 반면 암술은 흰색이며 머리가 없다.


질경이는 질경이과다. 질경이과는 꽃받침 4개, 꽃 4개, 수술 4개, 암술 1개다.

질경이 꽃은 길게 위로 솟아 있다. 그런데 이것도 꽃 한 송이가 아니다. 무수히 많은 꽃들의 다발이다.

암술과 수술 중에서 먼저 벌어지는 것은 암술이다. 왜냐하면 한 나무에서 암술과 수술이 수정하는 걸 막기 위한 전략이란다. 이렇게 암술과 수술이 다른 때를 골라 벌어지는 걸 자웅이숙이라고 한다고 한다.

나는 신부가 먼저 나오니까 꼬마신부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신랑이 꼬마란다. 신랑이 늦게 나오니 꼬마신랑 맞는 말 같다.


그다음 길게 늘어선 팽나무를 만났다. 팽나무는 느룹나무과다. 느릅나무과는 꽃받침이 4~8개, 꽃잎은 없다. 수술이 4~8개, 암술이 2개다. 열매는 시과로 날개가 있다.

팽나무 잎의 잎맥은 한 곳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그리고 잎맥이 밖으로 뚫고 나가지 않고 안으로 둥글게 들어는 특징이 있다.

남부지방에 있는 푸조나무가 팽나무 비슷하지만 잎맥을 보고 구별하면 된다고 한다.


이제 지쳐 더 이상 수업을 하기 힘들었다. 되돌아오는데 개회나무의 물컹한 꽃향기가 또 우리의 발길을 붙잡았다.

개회나무는 개나리, 라일락과 함께 물푸레나무과다.

물푸레나무과는 꽃받침 1개, 꽃잎 4개 통꽃, 수술 2개 암술 1(2)개다.

잎은 마주나기로 나고 수술이 꽃잎에 붙어있다.


우리는 수업을 마치기로 하고 정자에 들어가 쉬었다. 선생님은 계속 오늘 본 것들을 묻고 또 물으며 우리의 기억을 도왔다.


진짜 끝내려는데 눈앞에 산딸나무가 보였다. 몇 개 남은 하얀 꽃이, 오늘 보지 않으면 올해는 다시 못 볼 거라며 우리를 불렀다. 지칠 대로 지친 우리지만 산딸나무 앞으로 쪼르르 모였다.


산딸나무는 층층나무과다. 층층나무과는 꽃받침이 4~5개, 꽃잎이 4~5개 수술이 4~5개 암술이 2~4개다. 우리가 보는 산딸나무의 하얀 꽃잎은 사실 꽃잎도 아니고 꽃받침도 아닌 총포다. 잎맥이 둥글게 생긴 환주맥이다.


식물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즐거움은 참 크다. 체계까지 잡아하며 관찰하니까, 내 머릿속에 식물 체계가 조금씩 쌓여가는 느낌이다.

선생님은 다음 9월에 올 때까지 식물 체계 관한 책 한 권을 읽어 오라고 했다. 그 한 권이 기준이 되어 우리 지식 서랍을 정리해 줄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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