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선배들

식물 모니터링

by 이경아

더운 날씨에도 우리는 모니터링을 위해 모였다. 팀장이 식생조사, 아니 식물상조사를 한다고 한다. 순간 드는 생각, 식생조사와 식물상조사가 다른가?

식물상조사와 식생조사가 어떻게 다른지 물었다. 팀장이 대답은 했지만 내 머릿속은 여전히 같은 말처럼 들렸다. 돌아와 사전을 찾아봤다.

식생조사는 지구 어떤 일정한 장소에서 모여 사는 특유한 식물의 집단을 대상으로 그 식물 집단의 구조 분류 동태 분포 기능을 밝히기 위해 하는 조사란다.

식물상조사는 식물 특정 지역에 생육하고 있는 식물의 모든 종류, 식물학적 지역조사나 식물 지리학의 기본이 된다.

그게 그 말 같다. 좀 더 알아봤다.

식물상은 특정지역, 특정시간에 나타나는 식물들에 대한 기록으로 요즘 강조되고 있는 자원경쟁과 생물주권 확보를 위해 정확한 식물상을 확인하고 목록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후변화와 개발에 의한 식물상의 변화와 훼손에 대비하기 위하여 정확한 식물상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국립수목원 2011년 웹진에 나와 있는 말을 읽으니 조금 이해가 됐다.

그러니까 우리가 말뚝을 박고 줄을 그어 조사하는 것이 식물상 조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식생조사는 지구에서 한 부분인 초막골생태공원이라는 곳의 식물의 분포도를 조사하는 거라는 뜻 같다. ㅎㅎ

그럼 이번 우리가 한 모니터링은 식물상조사인 거다.


식물상조사를 하는 첫 번째 장소는 전망대 언덕이다.

전망대 언덕으로 가기 전에도 우리는 쉬지 않고 식물들을 살폈다. 팀장은 이것을 '선조사'라고 한다. 먼저라는 先이 아니고 線 줄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우리의 눈길을 가장 먼저 사로 잡은 건 분홍보랏빛 작은 꽃이었다. 며느리밑씻개란다. 내가 만지려니 선배가 가시 있으니 조심하라고 한다. 과연 며느리밑씻개줄기는 가시처럼 날카로웠다.

이걸 며느리가 똥 싸고 나면 닦으라고 줬다니.... 새로 들어온 사람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가 참 어려운 모양이다. 사위를 낮잡아보는 생각이 사위질빵이라는 식물 이름도 만들어 냈으니 말이다.

샛길로 빠졌다. 며느리밑씻개와 거의 똑같은 꽃을 또 만났다. 선배는 며느리배꼽이란다.

꽃도 같고 잎도 세모꼴로 같다. 물론 줄기에 가시도 둘 다 있다. 그럼 며느리밑씻개와 며느리배꼽은 또 뭐가 다를까?

잎에 줄기가 붙은 자리를 보고 알아본다고 한다. 잎의 가운데쯤에 줄기가 매달려 있으면 며느리배꼽, 잎의 가장자리에 줄기가 달려 있으면 며느리밑씻개란다. ㅎㅎ

선배들은 모르는 게 없다. 옆에 따라다니면 모르는 말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그런데 그런 선배들조차 가늠하지 못하는 식물을 만났다.

흰꽃이 수상꽃차례로 핀 식물이었다.

누구는 범의 꼬리 같다고 하고 누구는 꼬리풀 누구는 까치수염 같다고 했다.

한 선배가 가방에서 풀꽃도감을 꺼냈다. 이리저리 책을 뒤적였다.

사실 모니터링을 출발하기 전 팀장은 시원한 물을 가지고 왔다. 날씨가 더우니까 하나씩 챙겨 가라고 했다. 그런데 풀꽃도감을 펼치고 있는 이 선배는 물병을 챙기지 않았다. 물을 마시고는 쉽지만 물병을 가지고 다니기는 너무 무겁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더운 날 물병은 놓고 올망정 도감은 들고 오는 사람. 헉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식물 이름을 찾지는 못했다. 사진을 찍어가서 찾아보겠단다.

그러고 보니 난 사진도 찍지 않았다. 다음 모니터링 때 선배들이 알려주겠지. 게으름의 끝판왕이다.


하천습지로 가는 길에 돌콩과 새팥을 만나다. 둘 다 다른 물체를 감으며 자랐다. 똑같이 잎이 세장이 모여나기 때문에 둘의 구분이 쉽지 않았다.

선배 말이 잎을 잘 비교해 보라고 한다. 돌콩은 타원형이고 새팥은 잎의 밑면이 고 끝은 뾰족했다.


매듭풀과 둥근매듭풀도 만났다. 둘 다 줄기 마디에 붉은빛이 도는 마디가 있었다. 콩과 식물로 잎이 세 개가 모여난다. 매듭풀은 잎이 긴 타원형이고 줄기에 털이 아래로 향해 있다. 둥근매듭풀은 잎이 둥근 계란모양이고 잎끝이 오목하다.


벼룩나물과 벼룩이자리에 대한 공부도 했다. 석죽과인 이 식물은 모양이 비슷하다. 줄기의 털의 있고 없음으로 구별한다고 한다. 털이 없으면 벼룩나물 털이 있으면 벼룩이자리란다.

나만의 인식방법, 털이 있으면 나물로 먹기 불편할 테니 나물이란 이름이 붙은 벼룩나물은 털이 없다고 알아 두자고 생각했다.


모니터링을 다니는 동안 비가 3차례나 쏟아졌다. 아주 짓궂은 날씨였다.

우리가 모일 때는 날씨가 쨍쨍해서 우산을 챙겨 온 사람은 두 사람 밖에 없었다.

한 차례 비가 쏟아졌을 때 오늘은 그만 모니터링을 끝내려나 생각했다. 그러나 선배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를 맞으면서도 하고, 비가 너무 오면 잠시 나무 밑이나 정자에서 피했다가 했다.

결국은 목표한 식물상조사를 모두 마쳤다.

작가의 이전글식물 10개과를 공부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