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에 그린 붓꽃과 질경이

이름 없는 모임

by 이경아
붓꽃.jpg

붓꽃



우린 약속대로였다면 이번 모임은 동네 뒷산에서 야영을 했어야 한다.

작년에도 계획만 세우고 하지는 못했다. 올해도 계획하고 날짜까지 잡았지만 또 실행에 옮기진 못했다. 대신 우리는 미루나무님 집에 모여 놀기로 했다.


미루나무님이 차려준 맛있는 저녁을 먹고 우리는 또 엉뚱한 계획을 세웠다. 지리산에서 자면서 별도 보고 풀과 나무를 보자는 거였다. 실행에 옮기지 못할망정 계획하고 상상하는 거만으로도 즐거워 우리는 작년에도 이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날짜까지 확정하고 노고단대피소 예약까지 마쳤다. 두둥~~

노고단까지 가는 교통편까지도 알아봤다. 동서울터미널에서 하루에 한 번 밤 11시에 출발한다. 그곳에 도착하면 새벽 3시. 기대가 한껏 올랐다. 한 달이나 남았지만 그곳에 가서 뭘 먹을지 서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우리는 모두 산을 좋아하고 풀과 꽃과 나비, 곤충들을 좋아한다. 지리산을 간다고 하지만 우리는 천왕봉은커녕 노고단까지 간다는 장담도 안 한다.

미루나무님이 무릎 수술을 해서 많이 걷지 못한다. 나 또한 체력이 약해 누구랑 같이 산 타는 일을 잘하지 않는다. 그 사람들의 속도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노고단 대피소 주위만 뱅뱅 돌며 놀아도 즐거울 것 같았다.

이번에는 계획대로 지리산에 다녀왔으면 좋겠다.


지리산 계획을 얼추 짜니까, 히어리님이 무지 에코백 가방과 패브릭 물감을 꺼냈다.

그림을 그리며 놀자는 거다. 그림을 그리면서 수다도 떨며 놀자는 거다. 그러면서 에코백 가방 양쪽에 그림을 그리자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늘 그렇듯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말이 없어진다. 두 개를 그리느라 다른 때보다 그림 그리는 시간은 두 배로 늘어났다. 결국 두 개의 그림을 완성하니까 새벽 1시가 넘었다. ㅎㅎ

날씨도 더운 날 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그린 그림은 붓꽃과 질경이였다.


질경이.jpg



천에다가 그림을 그리는 것은 종이에 그리는 것과는 달랐다. 물감이 천에 스미지 않아 몇 번의 붓질을 해야 했다.


새벽 한 시가 되어 겨우 완성하고 우리는 소파에 쭉 가방을 늘어놓고 감상을 했다.

서로서로 멋지다며 칭찬해 주기 바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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