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필사4
나무 그림자
변은경
내 그림자가 일어섰어
땅에만 누워있던 내 그림자랑
하루 종일 마주 보게 됐지
바람에 흔들리는 내가
꽤 괜찮아 보여
해가 뜨는 내일을 기다리는
버릇도 생겼지 뭐야
그게 다 내 앞에
높다란 벽이 생기고부터야
<문학동네>2022년 여름호
어느 날 높다란 벽이 있는 곳을 지나는데 그림자가 나를 맞바라보고 있다.
일상이 깨지고 시가 움트는 시간이다.
룰루랄랄 편안하고 행복할 때 나를 마주 볼 시간이 별로 없다. 즐거우니 시간이 쏜살같다.
하지만 내 앞에 어려움이 생기면 비로소 나를 돌아보게 된다.
높다란 벽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되어주니 참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