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정록

동시필사 36

by 이경아


이정록


할머니는 왜

얼굴과 손등에 점이 많아요?


평생 땅바닥에

초록 점을 찍었다고

하느님한테 선물 받은 거야.


초록 점이 뭐예요?

콩 심어 점찍고

모내기로 점찍고

무 배추 심어 점 찍고

아들딸 낳아 몽고반점 찍었으니

자식 농사까지 잘 지었다는 칭찬이지.


이제 점을

그만 달라고 해요.

자꾸 점이 많아지면

할머니가 깜깜해질 것 같아요.


별도 점이야.

땅에 내려온 별똥별은

할미 얼굴처럼 까맣단다.

할미도 별똥별이야.

언젠가 별자리고 돌아갈 거야.


어떤 별자리요?


할미는 요리를 좋아하니까

커다란 국자 손잡이 꼬리가 되겠지.

북두팔성이 되겠지.



<파도는 파도 파도 파도>中/창비


할머니와 손주가 나누는 이야기가 시가 되었다.

손주가 묻고 할머니가 답을 한다.

할머니의 점에서 시작한 단순한 질문이 점층 되어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


얼굴과 손등에 점은 삶의 고달픔을 상징한다. 그런데 그 고달픔을 선물이라 한다.

콩 심고, 모내기하고 무 배추 심고, 자식까지 낳아 기르다가 결국은 점이 많아져 할머니는 깜깜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할머니는 별이 되기를 자처한다. 별자리로 돌아간단다. 북두칠성 자리의 끝자리 북두팔성이 되겠단다.

굴곡진 삶도, 죽음까지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할머니는 요리를 좋아하니까 단순히 국자모양을 닮은 북두팔성이 되겠다고 말하지만,

시인은 아마도 할머니를 신으로 올려놓지 않았나 싶다.


일상을 사는, 고단함과 늙음을 받아들이는 삶에서 우리는 신성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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