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모임
눈이 아주 많이 내렸다. 나는 들떠 산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 입구에서부터 연신 감탄이 터져 나왔다. 늘 보던 산이지만 전혀 다른 세상 속이었다.
길은 사라지고, 바위도 자취를 감추었다. 푸른 솔잎 위에는 눈이 겹겹이 쌓여 눈나무가 되었다. 채 떨어지지 않은 붉은 나뭇잎 위로는 눈이 소복이 쌓여 서로 다른 세상이 만난 느낌이 신비로웠다.
눈으로만 담기에 너무 아까웠다. 그림으로 그리고 싶지만 그건 우리에겐 무리였다. 아주 먼 훗날이라도 이 풍경을 그림으로 담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랐다.
엄청나게 쏟아진 눈 때문에 우리는 이번 주에 만나지 못했다. 대신 각자의 집에서 같은 시간에 그림을 그리기로 했다.
무엇을 그릴까부터 이야기를 나눴다.
히어리님이 꽃창포 씨방을 그려보자고 했다. 더불어 꽃창포꽃도 같이 그려보면 어떠냐고 물었다. 사진도 같이 올려주셨다.
그런데 사진이 조금 이상했다. 꽃창포꽃이 아니라 붓꽃 같았다.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고 인터넷 검색을 해 나갔다.
꽃창포와 붓꽃을 비교해 보고 알게 된 점이다.
꽃창포와 붓꽃은 첫째 자라는 환경이 다르다. 꽃창포는 연못이나 물가의 주변, 즉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란다. 붓꽃은 건조한 땅에서 자란다.
둘째 꽃 모양이 비슷한 것 같으면서 조금 다르다. 꽃창포는 노란, 분홍, 보라, 자주, 흰색의 다양한 색으로 핀다. 잎의 안쪽에 역삼형의 노란색이 있다. 붓꽃도 노랑, 보라의 꽃을 피운다. 잎의 안쪽이 노란색과 흰색이 번져있다. 그리고 그 위로 먹물로 줄을 그어 놓은 듯 검은 줄무늬가 얼기설기 그려져 있다.
우리가 꽃창포꽃과 붓꽃을 혼동했던 이유는 잎 모양과 꽃 모양이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두 꽃을 구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잎의 안쪽 무늬를 살펴보는 거라는 걸 알았다.
꽃창포와 창포는 또 다른 비교 포인트가 있다.
첫째, 꽃창포와 창포는 둘 다 연못이나 물가에 자란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째, 잎 모양은 비슷하지만, 꽃 모양은 전혀 다르다. 창포는 꽃이 소시지처럼 생겼다.
꽃 모양이 전혀 다른 두 꽃이 비슷하다고 착각했던 건 이름 때문인 것 같았다.
이 모임이 아니었다면 꽃창포, 붓꽃, 창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아리송한 채로 짐작하며 살았을 거다. 비록 꽃창포만 그림으로 그렸지만, 붓꽃과 창포도 선명히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 공부를 열심히 한 탓인지, 다른 때보다 더 자세히 그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