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늘 어렵다

식물 모니터링

by 이경아

오늘 식물 모니터링은 초막골생태공원에 있는 목본 조사가 목표였다. 목본이란 나무를 말한다. 지난 1차와 2차는 초본, 그러니까 풀이여서 반경을 정해 조사를 했다. 하지만 나무는 구역이 따로 없었다. 공원 안에 있는 모든 나무를 조사하는 것이었다. 구역을 정해서 하는 조사가 아니니 따라다니는 우리에게는 조금 힘든 하루였다. 날씨까지 4월답지 않게 바람많고 추운 날씨였다.

조사는 6명씩 두 팀으로 나눠 공원을 각각 오른쪽과 왼쪽 방향을 잡아 돌기로 했다. 내가 속한 팀은 오른쪽 방향에서 시작했다.


아직 꽃이나 잎이 채 나오지 않아 수피와 수형만을 보고 나무를 알아보기는 쉽지 않았다. 더구나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팥배나무, 때죽나무, 층층나무, 아까시나무, 신갈나무도 알아보기 힘들었다. 왜냐하면 그 나무들은 줄기가 손가락 굵기보다 작은 나무였기 때문이다. 굵게 자란 나무와 아직 어린 나무의 껍질은 그 모양이 달랐다.

누군가를 안다고 하기는 참 어렵듯, 나무도 안다고 자신하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떡잎일 때가 있고 어린 나무일 때, 다 자랐을 때, 또 아주 오래된 나무일 때가 다르다. 계절에 따라서도 그 느낌이 또한 다르다.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때마다 우리에겐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사시사철 관찰해야 할 이유가 있고, 계속 모니터링해야 할 까닭이 분명히 있었다.

그럼, 오늘 모니터링을 잘했느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아니 모른다고 대답해야 할 것 같다.


기억나는 거라고는 딱 네 가지다.

하나는 아까시나무 가시와 탱자나무 가시의 비교다. 어린 아까시나무는 가지에 가시가 있다. 이 가시는 쉽게 떨어진다. 반면 탱자나무 가시는 떨어지는커녕 꺾으려 해도 잘 꺾이지 않았다.

여기서 선배의 질문이 들어갔다.

"아까시나무의 가시와 탱자나무의 가시는 무엇이 변화하여 가시가 되었을까요?"

나는 찍기의 대장. 얼른 찍었다.

"아까시 가시는 잎이고요 탱자나무 가시는 가지요."

'딩동댕', 내 찍기가 오늘은 성공했다. ㅋㅋ


두 번째 생각나는 것은 은행나무가 침엽수라는 것이다. 잎이 넓으니 당연히 활엽 같은데.....

선배는 단박에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 동기 봉사자에게 이유를 알아오라고 숙제를 내주었다.

일단 내가 아니어서 안심.

숙제해오는 사람의 즐거움을 위해서 나는 다음 모니터링 시간까지 궁금증을 참고 있을 작정이다. ㅋㅋ


세 번째는 진달래 꽃잎이었다. 나는 꽃을 그릴 때마다 꽃잎 한 장이 늘 다른 모양을 하고 있는 걸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이유를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

다른 꽃잎보다 꽃잎 길이가 길고, 무늬가 있는데 그 무늬가 바로 꽃길이란다.

'여기에 먹을 게 많아요, 이곳으로 오세요.' 하며 벌을 불러들이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든 꽃잎이란다.

다른 꽃잎보다 길이가 긴 이유는 벌이 앉을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해서란다.

무늬가 있는 이유는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어가기 전부터 노면에 표시를 해 놓는 것과 같은 이유라니...

그동안 궁금했던 게 풀렸다.

꽃길, 이름도 참 예쁘다.


네 번째는 오리나무다. 그동안 오리나무를 봤을지도 모르지만 오리나무구나,하며 자각하고 본 건 처음이다.

오늘 오리나무를 알아보는 포인트는 굴참나무 포편보다 작은 열매가 맺힌다는 것이고, 기다란 수꽃이 매달린다는 것이다.


식물 모니터링을 나갔지만, 오늘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나무나 풀이 아니고 뜻밖에 보게 된 큰유리새라고 대답하겠다..

오랫동안 나는 파랑새라고 부르는 큰유리새를 보고 싶어 했다.

수리산에 큰유리새가 있다고 하여 지키고 있던 날도 많았다. 하지만 큰유리새는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런데 덜컥 오늘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10여분을 날아가지 않고 나뭇가지에 앉아 있었다. 막 새싹이 돋는 연둣빛 나뭇가지 위에 파란 큰유리새의 모습은 너무 아름다웠다.


내가 오늘 큰유리새를 만났다고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늘 식물 모니터링을 다녔으니, 그렇게 말하지는 못하겠다.

나는 아직 큰유리새 소리도 구분하지 못한다. 어린 새는 어떻게 생겼고, 알은 또 어떤 모습인지? 암컷과 수컷은 생김새가 다른지?

단지 오늘 파란 큰유리새를 만났을 뿐이다.


누군가를 안다고 말하는 것은 시간을 두고 차근히 알아가는 거라는 것. 오늘 식물모니터링이 남긴 생각이다.


식물 모니터링은 조금 힘들었지만 큰유리새를 만났으니, 초등학생 일기를 쓰듯 행복한 하루였다고 매듭지어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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