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모니터링
화창한 봄날이다. 이번 모니터링은 습지식생조사란다.
나가기 전 식생조사에 필요한 몇 가지 교육을 선배한테 받았다. 우선 식생조사란 어떤 일정한 장소에 모여 사는 식물의 집단을 조사하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모르는 말 투성이들.
식피율, 사토, 양토, 사질토, 우점도, 우점종, 피도 등등
일상생활에서는 한 번도 말하지도 듣지도 못한 말들이 이어졌다. 들으면서 느끼는 생각, 이 세계는 엄청나게 한자를 많이 쓰는구나.
수목학의 시작이 일본인으로 시작되어서 그런가 보다. 꽃 이름, 나무 이름은 우리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걸 구체적으로 알아가고 조사해 나갈 때 쓰는 용어들은 한자말 투성이다. 불만이다.
가장 상위 용어가 우점도다.
우점도는 조사면적에 대한 식물의 식피율과 피도 수를 조합한 척도다.
하위 용어부터 하나씩 풀어 설명해 보면 이렇다.
피도는 각 식물이 땅을 차지하는 개체의 수를 비율로 나타내는 것이다.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방형구를 이용해서 조사한다. 방형구는 이전 글에서 말했듯이 일정구역에 금을 그어놓고 조사하는 구역을 말한다.
식피율은 각 종류의 식물이 얼마만큼 땅을 덮고 있는지 비율로 나타낸 거다.
피도와 식피율, 그게 그 말 같은데 다르게 사용하고 있다니...... 초짜인 내가 정확히 구분 짓기는 참 어렵다.
우점도는 식피율과 피도수를 조합해서 측정하는 거다. 평가 기준을 수치로 나타내는데,
5이면 피도가 조사면적의 75% 초과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로 개체수는 임의다.
4이면 피도가 조사면적의 50%~75%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로 개체수는 임의다.
3이면 피도가 조사면적의 25%~50%를 점유하고 있는 경우로 개체수는 임의다.
2이면 개체수가 극히 많은지, 또는 피도가 조사면적의 10%~25%를 점유한다.
1이면 개체수는 많지만 피도가 5% 이하, 또는 개체수는 적으나 피도가 10% 이하다.
+이면 개체수와 피도가 모두 적다.
r이면 개체수가 극히 드물고 피도가 최저로 나타난다.
도무지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려운 선배의 교육이 끝났다. 지금 적은 글은 집에 돌아와 식생조사에 대해 좀 더 알아보며 더듬더듬 적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우리는 모니터링을 나갔다. 교육만큼이나 낯선 초막골생태공원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봉사자 조끼까지 입어 아주 어색했다.
조사 지역은 하천습지와 연꽃원과 다랑논, 세 곳이었다.
각 장소마다 두 곳에 방형구를 정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번 초본 조사는 방형구를 사방 2m로 했는데 이번은 4m로 정해서 했다. 팀장 선배가 나오지 않아 우리 멋대로 4m로 정했다. 사방 2m는 나무 한그루를 포함하니 조사할 장소가 별로 없다는 게 우리들의 판단이었다.
그래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조사자인 우리 나름의 규칙만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습지조사이다 보니 교목은 버드나무가 대세였다. 다랑논에는 특별히 왕버드나무가 있었다.
쇠뜨기가 많았고, 고마리, 클로버가 그 뒤를 따랐다. 피도로 4나 3을 차지했다. 골풀, 갈골풀, 살갈퀴나물, 갈퀴덩굴 망초와 개망초는 꽤 보였지만 피도는 1 정도였다. 그다음으로 꽃마리, 벼룩나물도 제법 보였다. 다랑이 논 둑에는 다른 습지에는 잘 보이지 않던 질경이가 많았다.
사방 지천에 널려 있는 쑥도 습지에서 볼 수 있었지만 양지바른 곳보다 개체수가 훨씬 적었다.
나도점나물, 냉이, 괭이밥, 돌나물 등은 피도가 r로 찾기가 어렵지만 분명 있었다.
제비꽃은 8곳을 조사하면서 단 1곳에서 밖에 볼 수 있었다.
습지조사를 하면서 느낀 점, 습지에는 습지를 좋아하는 식물들이 자란다는 거다. 지난번 초본 모니터링에서 보았던 수많은 종들이 습지에는 살고 있지 않다. 산다 하더라도 개체수가 아주 많이 적어 한두 포기 정도 보일 정도였다.
초막골생태공원 자원봉사자들은 자연을 좋아하고 동식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모였듯 누구에게나 좋아하는 자리가 있나 보다. 그들은 누가 모이라고 지시하지 않았도 저절로 그곳에 모인다.
그러고 보니 어려운 용어를 배워가며까지 식생조사를 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저마다의 모습으로 자연 그대로 동식물들이 살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거다. 하지만 사람들 안에 생태환경을 만드려 한다면 계획이 있어야 할 것이다.
동식물들이 각자 좋아하는 자리에 놓이게 하는 것.
식생조사가 동식물들이 좋아하는 자리를 찾아 주는 첫 단추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