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인간은 언어를 통해 현상을 추상화할 수 있다는 특별한 능력을 타고났다. 그러나 이것이 있는 그대로의 구체적인 세상을 온전히 느끼는 것을 방해한다는 한계 또한 존재한다. 생생하게 살아 끊임없이 흘러가는 구체적 세상을 언어라는 추상화 도구를 통해 특정 순간만을 포착하여 도려낸 채 고정관념으로 전환하여 인식하기 때문이다.
일단 언어라는 추상화 도구의 내재적 한계에 대해 살펴보자. 언어는 그 내재적 한계상 이원화를 내포하고 있다. 언어를 사용하는 순간 세상은 이분화되어 양단된다. 대극의 한쪽면을 선택한 순간 대극의 다른쪽면도 자동으로 같이 생성되는 것이다. 차안 없는 피안, 피안 없는 차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양극은 서로의 대극에 의지해서만 인식될 수 있다.
자기가 대극의 어느 한쪽면을 강하게 누르고 있다면 마치 시소처럼 대극의 반대쪽면이 올라오게 된다. 즉 자기가 강조하고 싶어하는 면을 내보이려고 의도하면 실제로는 그 반대쪽면이 부각되는 것이다. 가령 좋아하는 사람에게 관심 있는 티를 과하게 내면 그 상대방에게 부담스러운 대상이 될 뿐이지만, 관심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그 상대방에게 신비한 대상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이것이 인생이 역설인 이유이자, 인생을 아무런 의도 없이 자연스럽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이다. 의도에는 필연적으로 언어의 사용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