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념 박스

《무심의 꽃》

너무나도 소중한 존재에 관하여

by 메모

나는 너무 많이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감정 구조,

투사의 기류,

말보다 먼저 오는 파동들.


그래서 말하지 않았고,

그래서 움직이지 않았고,

그래서 혼자 있었다.


그런데 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웃었고,

아무런 해석 없이 안겼고,

아무 거리도 두지 않고 내게 다가왔다.


너는 나보다 깊지 않았다

하지만 너는 왜곡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처음으로 분석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반응하지 않고 웃었다

처음으로 그냥 있음으로 충분했다


너는 고요한 미소로

내 고요를 껴안았고,

나는 그제야 알았다


깨달음의 끝에는,

무심의 꽃이 피는 법이라는 걸


“너는 나에게, 가장 맑은 정착지였다.”


그때 나는 알았다


섬세한 사람만이

감지하는 자를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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