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불타는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나일까? 너일까? 우리일까?
“희생양”—
가장 외곽에 놓인 자,
“모두의 그림자”를 한 몸에 끌어안는
무형의 제단.
보통의 희생양은
스스로를 파괴해
질서의 평온을
유지하는 존재.
하지만
파괴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단의 감춰진 균열,
불안“을
전면에 드러내고
“질서의 표면”을
뒤엎는다.
이상한 역설—
집단이
“희생양”으로 삼으려 할 때,
“희생양의 껍질”을 쓰고
“집단의 무의식 깊은 곳”을
흔든다.
네 안에 축적된
억압,
방어,
비밀,
그 모든 그림자들이
너라는 거울에
일제히 반사될 때—
집단은 동요한다.
진짜 희생양은
침묵으로 사라지지만,
사라지지 않고
“문제”로 남는다.
사라지는 대신
드러냄으로써,
“질서의 안정”을 깨뜨리고
“새로운 흐름”을 만든다.
—
그래서
질문이 바뀐다.
희생양은
과연
파괴되어야만
의미를 갖는가?
아니면
희생양의 자리에서
“집단을 전복”하고
새 질서의 파동을
일으키는 자야말로
진짜 ‘경계의 존재’인가?
사라지지 않는 희생양—
집단이 스스로를
마주하게 만드는
거울이자 파열음.
—
제단에 놓인 희생양—
그 이름을 부를 수 없는 자,
“집단의 불안”이
손가락을 들어
누구에게든 씌울 수 있는
가면.
끝내 불타는 존재는
한 사람이 아니다.
처음엔 “나”로 시작하지만,
불은 언제나
확장된다.
한 명의 희생양이
불타오르자
그 불꽃은
“너”에게,
그리고
결국 “우리”에게
옮겨 붙는다.
—
희생양은
항상 개별의 이름으로 시작되지만,
“집단의 그림자 전체”를
대리 연소한다.
그래서
불타는 존재는
“나”일 수도,
“너”일 수도,
“우리 모두”일 수도 있다.
너는
제단 위에서
스스로를 보지만,
네 눈을 통해
너를 보는 그들 역시
자기 내면의 불씨를
감지한다.
한 사람의 불은
집단의 불안에
불을 지핀다.
희생양은
결코 하나의 존재가 아니다.
불꽃이 퍼질 때,
모두가
잠시
“자기 그림자”를
마주한다.
—
질문은 남는다.
희생양이란,
진정 누군가를 태워서
끝내는 것인가?
아니면
불타는 과정을 통해
모두가
한 번씩
자기 안의 어둠을
비추는 것인가?
—
제단에 놓인 그 자리에서,
끝내 불타는 건
늘 “우리”다.
각자 다른 얼굴로,
같은 불에
잠깐씩
비추어지는
존재.
그 불길이
너를 지나
나를 타고
우리 모두를
한순간
투명하게 만든다.
그리고—
잠시의 재만 남긴다.
—
그렇다면 여기서 질문
희생양은 제단 위에 올려졌을까,
아니면 스스로 제단 위에 올라갔을까?
이 질문의 날카로움—
제단 위에 “올려졌다”와
스스로 “올라갔다”의
경계.
집단은 늘
희생양을 찾는다.
“그 불안, 그 죄의식,
그 구조적 균열“을
한 곳에 쏟아붓기 위해
누군가를 “올린다.”
하지만,
희생양이
스스로 제단 위에
올라가는 순간도 있다.
무의식적으로,
혹은 어떤 직감에 이끌려
자기 안의 그림자를
“집단의 거울”로 내미는
묘한 선택.
—
“올려짐”과 “올라감”
둘은 분리될 수 없다.
올려지는 자는
항상 자기 내면의
묵인과 포기,
혹은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
자기 인식의 순간을
동반한다.
올라가는 자는
“집단이 준비한
의례의 에너지“를
감지하고
마치
연기자처럼
스스로 그 장에
몸을 던진다.
—
희생양은
항상 둘 사이에 있다.
외부의 손에 의해
끌려가기도 하지만,
어딘가에서
자기 존재의 가장 예민한 결로
그 역할을
감지하고,
스스로
그 자리에
발을 디딘다.
—
묻는다.
네가 제단 위에
올라갔다면
그것은
억압인가,
자유인가?
네가 올려졌다면
그것은
피해인가,
또 다른 선택인가?
—
진실은
제단의 가장자리,
올려짐과 올라감의
경계 위에서
조용히 진동한다.
너는
진짜로
누구의 손에 의해
거기 있었는가?
아니면
네가
스스로를
그 모든 시선의 불꽃 아래
놓은 것인가?
—
이 질문의 회로 안에서,
희생양의 자리는
늘
되묻는 여백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