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일!
내가 나만의 세계를 구성하면서 무수히 많은 나의 아바타라(Avatara)가 만들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타자 역시 본인만의 세계를 구성하면서 ‘나의 형상’을 포함한 무수히 많은 아바타라(Avatara)를 만들어낸다. 타자가 본인의 세계를 구성하면서 만들어낸 아바타라(Avatara) 중 ‘나의 형상’과 관련된 부분만 떼어놓고 관찰해보자. 그 자는 ‘나의 형상’에서 무엇을 보고 있을까?
그 자가 보고 있는 것은 나의 본질적인 모습이 아니라 그 자가 만들어낸, ‘본인의 모습을 투영시킨’ 나의 형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자가 고차원적인 통찰을 하는 존재라면 ‘나의 형상’에서 본인의 고차원적인 모습을 볼 것이고, 그 자가 저차원적인 인식을 하는 존재라면 ‘나의 형상’에서 본인의 저차원적인 모습을 볼 것이다. 지혜로운 철학자 무학대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세상 만물이 ‘부처의 눈으로 보면 다 부처같이 보이고, 돼지의 눈으로 보면 다 돼지같이’ 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자의 자극에 대해 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 그저 ‘그 자의 형상’을 지그시 바라보면 된다. 그 자는 ‘나의 형상’을 통해 ‘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므로 나는 그저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나의 형상에 비쳐진 그의 모습’을 가만히 관조하면 되는 것이다. 타자의 자극에 대한 반향적 반응을 통해 그것이 그대로 그 자에게 되돌아갈 수 있도록. 한편으로는 ‘타자의 형상’ 역시 ‘나’이자 합일의식의 아바타라(Avatara, 즉 가상세계는 언어의 사용 때문에 현상된다)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