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선불교에서는 고집멸도(苦集滅道)를 주장한다. 세상의 본질은 고통이고, 고통의 원인은 집착이며, 집착을 없애면 깨달음에 다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여기서의 집착의 대상은 무엇인가? 집착의 대상은 둘 중 하나이다. 감각 또는 관념. 감각의 해체와 관념의 해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면 소위 행복이라고 일컬어지는 상태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고집멸도(苦集滅道)’라는 문구의 함정은 집착을 없애야 한다는 또 다른 집착을 형성한다는 데 있다. 이러한 집착 역시 고통을 유발하는 것은 여느 집착과 마찬가지이다. 이성과 언어와 생각은 항상 집착을 낳는다. 감성과 직감과 침묵을 통해서 ‘행동’해야만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일말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