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나르키소스를 아는가? 그의 운명을 아는가? 자기 자신을 너무나 사랑한(너무나 혐오한) 그는 자기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매력적인 여성들을 뿌리치고 오로지 자기의 형상을 비추는 연못만을 바라보다 그 몽환의 늪 속으로 빨려들어가 죽어버렸다. 사실은 진정으로 자기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은 그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었던 그 여성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연못에 비친, 원래의 자기 모습을 전혀 담아내지 못한 형상만을 바라본 채 질식사하였다. 그는 숨을 쉴 수가 없다. 이미지의 감옥이 빠르게 좁혀 들어와 숨통을 죄고 있기에. 그는 이렇게 외친다.
“숨을 쉴 수가 없어. 누가 날 좀 구해줘. 인정을 해줘. 사랑을 해줘. 나를 이 질식할 듯한 감옥에서 해방시켜줘.”
남들의 반감을 사는 가장 빠른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자기 잘난 맛에‘만’ 사는 것이다. 남들의 인정을 받고 싶은가? 그렇다면 바로 그 마음을 버려라. 그럼 당신이 그토록 원하던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갈구하지 않는 자는 진정 사랑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말을 하는 것이 아닌 말을 ‘듣는’ 자는 기꺼이 남들 밑에 들어감으로써 찬란히 빛나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말을 듣는 것이 아닌 말을 ‘하는’ 자는, 사랑을 갈구하는 자는 단연 미움받는 존재가 될 것이다. 그는 남들의 시체더미 위에 올라선 채 시독에 빠져 지하 명부의 왕 하데스를 대면할 것이다. 당신은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남들에게 계속 그렇게 어필을 하며 살아가라. 남들의 싸늘한 냉소를 받고 싶다면. 나르키소스의 전례를 답습하고 싶다면. 죽음에 이르는 길로 자청해서 계속 그렇게 뚜벅뚜벅 걸어가고 싶다면. 그 길로 들어서는 순간 끝나지 않는 우월감과 열등감의 수레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