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일
남성성의 최고 봉우리에 위치한 숭고미는 남성성이 지닌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여성성의 최고 봉우리에 위치한 우아미는 여성성이 지닌 아름다움의 극치이다. 초월적인 아름다움의 숭고미, 남성성의 최고봉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무한한 광야가 펼쳐져 있다. 그러나 개미새끼 한 마리도 볼 수 없을 정도로 황량하기 그지없다. 균형잡힌 아름다움의 우아미, 여성성의 최고봉에서 내려다본 세상은 마치 현미경으로 보는 것처럼 미시적인 세계의 아름다움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질식할 정도로 복잡다단하게 연결되어 있는 관계의 그물망에 걸려 든 나비의 신세와 같다.
초월적인 중도와 세속적인 중용, 무상에서의 초월적 지혜와 세상에서의 세속적 지혜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을 때 진정으로 완성된 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 남성성의 최고봉에서만 살아가는 사람은 속세에서 벗어나 산 정상에서 오로지 홀로 죽을 때까지 살아갈 수밖에 없다. 여성성의 최고봉에서만 살아가는 사람은 속세에 속박되어 만물의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 대중의 숙주로서 살아가다 인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다. 정신적 성숙의 최고봉을 지향하는 인간은 종국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통합한 자웅동체의 인간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숭고미와 우아미의 절묘한 조화를 이룬 인간이야말로 완성된 인간, 초인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기에. 지극한 아름다움의 상징인 연꽃과도 같은 인물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