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일.
인간의 사고는 기본적으로 이분법적으로 구성된다. 인간은 하나의 전체를 현상으로 이원화하여 바라본다. 관건은 집중이다. 인간은 우선 하나의 전체를 사고를 통해 이원화된 현상으로 분리시킨다. 그리고 인간이 사고를 통해 임의적으로 나누어 놓은 대극의 현상 중 어느 것에 ‘집중’하느냐에 따라서 형상과 배경의 운명이 정해진다. 인간이 자기가 임의적으로 나누어 놓은 대극의 현상 중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순간 그것은 형상이 되고, 나머지 대극은 배경이 된다. 그와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뒤집어 말하면 형상과 배경은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상의 경계선을 설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논의를 단순화하기 위하여 사진을 찍어 보기로 하자. 당신의 사진이 찍힌 사진이다. 사진에는 당신이 찍혀 있다. ‘그 뒤로’ 산과 구름이 보인다. 당신은 형상인가, 배경인가? ‘당신 뒤에 보이는’ 산과 구름은 형상인가, 배경인가? 왜 당신은 은연중에 당신을 형상으로 여기고, ‘당신 뒤에 보이는’ 산과 구름을 배경으로 여겼는가? 우선 당신은 당신의 현상과 산과 구름의 현상을 분리시켰다. 그러고선 당신의 현상에 집중하여 당신을 형상으로 만들고, 산과 구름의 현상을 배경으로 전락시켰다. 만일 당신이 산과 구름의 현상에 집중했다면 산과 구름은 형상이 되고, 당신은 배경이 되었을 것이다. 다시 질문해 보겠다. 어떤 것이 형상이고, 어떤 것이 배경인가? 형상이라고 여겨지는 현상은 배경이라고 여겨지는 현상 없이 지각될 수 없으며, 그 반대 역시 마찬가지이다. 양자는 서로의 대립항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하나의 전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