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추모비

합일.

by Edit Sage

후손이 조상에게 바치는 최선의 경의는 조상의 고결한 내면을 선별하여 자기의 내면 속으로 흡수하는 것이다. 단지 형식에만 그치는 의례는 조상에 대한 진정한 추모라고 볼 수 없다. 영혼의 작용 없이 단지 상 위에 차려진 음식 앞에 엎드리는 행동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정신의 작용 없는 의례는 그저 음식에 절을 하는 행동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조상의 고결한 내면이 자기의 내면 속으로 흡수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조상의 죽음은 후손의 삶으로 이어져 삶과 죽음이 하나로 융합될 수 있다. 후손의 영혼의 편집 작업이 완성되었을 때 조상의 영혼은 후손의 정신에 계속해서 살아서 후대로 이어지는 것이다. 후손이 조상을 외부적 형상으로 받아들이는 우상숭배가 아닌 자기의 내면의 신으로 받아들였을 때, 즉 자기의 내면적 세계관을 조상의 내면을 통해 확장시켰을 때 조상에 대한 진정한 추모는 완성된다. 이로써 조상과 후손은 하나가 되어 죽음에서 비롯된 새로운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

keyword
이전 25화형상과 배경의 동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