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나는 왜 본질적으로 똑같은 것을 두고 표현방식만 바꿔가며 이야기를 하는가? 어차피 똑같은 주제를 이야기하고자 한다면 그 표현방식이 어떻든 상관없는 것 아닌가? 다른 주제를 말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표현방식만의 변화를 통해 나는 무엇을 얻고자 함인가? 인간이 본질적으로 갈망하는 것은 실상 자유로운 상태이다. 나는 자유라고 여겨지는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단 한가지의 주제에 대해 끊임없이 표현방식을 바꾸어가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도대체 이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함인가?
인간의 인식능력은 사실 오류투성이여서 특정 표현방식에 의해 진리라고 여겨지는 곳을 ‘어렴풋이’ 인식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대해 말하는 표현방식이 바뀌는 순간 다른 느낌을 받는다. 요컨대 새로운 느낌을 받는 것이다. 이를 통해 볼 때 인간의 인식능력이 불완전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당신은 인간의 불완전함이야말로 인간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핵심적인 요소라는 점을 알고 있는가? 완벽한 인간은 결코 즐거움을 누릴 수 없다. 인생의 모든 것이 정형화되어 있어 새로운 것이 단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불완전함은 인간에게 새로운 언어적 표현방식을 탐구하게끔 유발하는 동력으로써 기능한다. 이로써 인간은 새로움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 인간은 평생을 언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유희하면서 살아가는 놀이하는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