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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이너 격 Nov 20. 2022

작가들의 로망, 법원

접수대

2022.11.20. 날씨 맑다


작가들은 글의 소재를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그러나 나는 그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법원에서는 사방이 소재거리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찾아다니지 않아도 알아서 가져다준다. 그것이 내부 직원이든 외부 민원인이든 간에. 법원은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곳이다. 법원에 기분 좋아서 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설사 중립적인 기분으로 오는 사람일지라도 본인의 내면적인 불만을 해결하려고 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법원은 부정적인 기운으로 둘러싸여 있다. 부정은 긍정보다 더 빨리, 더 쉽게 전염되기에.


그런데 작가들의 시선은 다르다. 글은 긍정보다 부정의 환경에 처해있을 때 더욱 활발히 쓰인다. 긍정적인 환경에서 평온하게 있을 때는 자극이 덜하기에 생각이 줄어들지만, 부정적인 환경에서는 그것을 어떻게든 극복해야 하기에 그것을 해결하려는 생각을 끊임없이 떠올리는 것이 사람의 생존본능이기 때문이다(유독 난세에 영웅이나 위인이 많이 탄생하는 듯이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은 작가들의 로망과 같은 장소이다. 곳곳에 퍼져 있는 부정을 모담아 긍정으로 승화시키는 짜릿함은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긍정은 긍정의 강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부정의 역용에서 나온다는 역설의 지혜, 역용의 지혜를 터득하게 해준 고마운 조직. 나는 법원을 증오하면서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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