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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이너 격 Nov 21. 2022

법원 내 빌런 3인방

접수대

2022.11.21. 날씨 맑다


내가 소속된 법원 내에는 빌런 3인방이 있다(물론 나의 주관적인 기준에 의해 선별된 사람들이다). 비교적 최근에 알게 된 것인데, 나는 공통적으로 주제 파악을 못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 듯하다.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하자면 메타인지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자들은 남들에게 이중잣대(내로남불)를 들이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이중잣대는 내가 가장 좋아하지 않는 것 중 하나이다). 내가 꼽은 빌런 3인방이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주제를 모르는 그들 중에서도 급이 나뉜다. 상-중-하로.


상급 빌런은 자기가 빌런인 것을 인지하면서 위악자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자기도 별로지만 자기보다 더 한심한 인간들을 밟아버리겠다는 식이다. 빌런 중에서는 그나마 메타인지력이 발달되어 있기에 꼰대같이 굴어도 상급빌런이라고 할 것이다. 중급 빌런은 자기가 빌런인 것을 인지 못하면서 위악자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자기가 별로라는 것은 생각 못하면서 남이 한심하게 구니까 밟아버리겠다는 식이다. 거울을 쳐다볼 생각을 못한 채 창문만 쳐다보며 남의 얼굴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중급빌런이라고 할 것이다. 하급 빌런은 자기가 빌런인 것을 인지 못하면서 위선자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자기의 얼굴에 똥이 묻은 것은 생각 못하고, 남의 얼굴에 묻은 먼지가 더러우니 교화시켜 주겠다는 식이다. 빌런 중에 최악이라고 할 만하니 하급빌런이라고 하겠다.


빌런과는 가능한 한 엮여서는 안 된다. 상-중-하로 가면 갈수록 더더욱. 싫어하는 티조차 내어서는 안 된다. 엮이면 나까지 똥칠을 당할 뿐이기에. 정말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맺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세련되게 웃으며 상대하되 지혜롭게 탈압박할 줄 아는 처세술이 필요하다. 그것도 허용 범위는 상급 빌런까지만. 상급 빌런은 그나마 잘만 이용하면 이이제이 전략의 장기말로 활용할 수 있지만(이조차 극단적인 상황이 아닌 한 웬만하면 시행하지 말것을 추천한다), 그보다 더 급이 떨어지는 빌런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중급 빌런과 하급 빌런에게는 공적인 명분을 주어서는 안 되고, 사적인 교류를 해서도 안 되며, 예의상 웃어 주어서도 안 된다. 열등감이 심한 사람은 믿고 거르는 것이 상책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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