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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이너 격 Nov 25. 2022

마인드 디자이너의 궁극적 목표, 붓다

2022.11.25. 날씨 맑다

부처의 경지라 함은 모든 분별 관념이 끊긴 경지를 이른다. 선불교에서는 모든 관념의 집착에서 벗어난 사람을 상징적으로 ‘부처’라고 부른다. 관념이란 무엇인가? 관념이란 곧 생각이다. 생각이란 무엇인가? 생각이란 곧 언어이다. 요컨대 부처란 언어 사용에 따른 이항대립적 자아분열 상태가 하나의 의식 상태로 통합된 경지를 말한다.


선불교에서 명상과 몰입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람은 그가 진정으로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 의식이 명상 상태나 몰입 상태로 들어갔을 때 의식이 하나에 가까운 상태로 통합된다. 즉 명상 상태나 몰입 상태는 생각이 끊긴 상태, 언어가 끊긴 상태인 것이다. 선불교에서는 이를 늘상 훈련하여 의식의 일원화 상태를 습관화시키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인간의 생각이 정신분열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여기에 착안하여 나 역시 내 나름대로의 몰입훈련법(명상이 포함되어 있다)을 만들어 루틴화시켜 훈련중이다. 그러나 부처의 경지는 역시 멀고 먼 길이라는 것을 느낀다. 불필요한 언어 사용(생각 포함)에 의해 끊임없이 분별관념이 생겨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조직되고 있으니. 설령 억울한 일이 있다고 할지라도 화가 난다는 관념이나 억울하다는 관념조차 없는 것이 바로 부처의 경지이다. 이러한 경지에 다다르기까지는 아직 한참 못 미치며, 더욱 훈련에 매진해야 함을 느낀다. 비록 악덕 조직 법원에 다니고 있다고 할지라도(물론 선과 악의 관념조차 없는 것이 부처의 경지이긴 하다..)


나는 마인드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을 내세우며 심상을 아름답게 설계하고자 하는 목표를 설정했으나, 사실 이는 기만에 불과하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다. 다만, 초라한 변명을 해보자면 속세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생각과 말을 통한 분별심을 생성하지 않는 것이 극히 힘들 뿐더러 오히려 필요한 경우도 빈번하기에, 기왕에 분별심을 생성할 수밖에 없다면 차선의 목표로 아름답게라도 설계하자고 생각한 것이다.


… 나도 알고 있다. 이는 자기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마인드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의 궁극적 목표는 결국 마인드를 디자인하지 않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더 나아가 마인드를 디자인하지 않는다는 관념조차 없는 절대적 무관념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가능할지는 의문이지만, 그것을 목표로 훈련하여 차분함을 더욱 키울 수 있다면 소기의 성과는 달성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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