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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자이너 격 Nov 30. 2022

각자의 종교는 각자 스스로 창시하라

2022.11.30. 날씨 맑다

사람은 사실상 의미 부여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의미 부여 또는 생각, 즉 언어의 사용은 지구상의 생명체 중 사피엔스만의 독특한 특징이며, 그것을 사용할 수 없는 인간은 사피엔스 종 내에서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요컨대 인간은 특정한 의미 부여에 따른 믿음 없이는 사실상 생존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그 믿음은 어디에서 오는가?


개인의 언어 사용에 따른 믿음은 대부분 외부에서부터 비롯된다. 집단적인 언어 사용, 즉 문화 또는 밈의 작용이 개인의 믿음 대부분을 차지한다. 의식적으로 자기의 언어 사용, 즉 자기의 믿음을 설계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한 인간의 두뇌는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편한 길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은 종교인이다. 특정한 믿음 없이 살아가는 인간은 단 한 사람도 없기에. 다만, 그 자가 주체적인 종교인이냐, 수동적인 종교인이냐에서 차이가 날 뿐. 인간은 기왕이면 주체적인 종교인의 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역량만 된다면 각자의 종교는 주체적으로 자기가 창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이다. 우리 모두는 각자 선천적인 기질이나 능력도 다르고, 후천적인 환경이나 상황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을 창시할 역량이 안 된다거나 그것을 왜곡시킬 위험이 있다고 스스로 판단한다면 차선으로 외부의 종교를 믿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여기서 외부의 종교란 전형적인 종교집단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건전한 세계관을 제시하는 모든 디자이너 집단을 말한다. 다만, 외부의 종교를 믿는 종교인들은 그것을 절대적인 진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자기의 생존에 필요한 정신도구 정도로 받아들여야 한다. 종교는 단지 자기의 생존에 필요한 언어시스템일 따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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