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트랙의 통합적 접근

2022.12.1. 날씨 흐리다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된 것 같다. 내가 원하는 이상형 또는 배우자상은 찾기가 극히 힘들다는 사실을. 나는 예전부터 지혜로운 사람을 원했다. 특히 존재적인 태도가 몸에 밴 사람을.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자명한 진리를 알고 있기에 내가 먼저 존재적 삶의 태도를 체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간과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정규분포이다. 어떤 분야를 막론하고 그것이 정규분포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염두에 두지 않고 살아왔던 것이다. 설령 제아무리 개성의 시대라 한들 이러한 양상은 변하지 않는다. 나의 주안점인 존재적인 삶의 기준으로 봤을 때도 정규분포의 법칙은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었다. 쉽게 말해 설령 내가 존재적으로 좋은 사람이라고 한들 똑같이 좋은 사람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 개체수가 소수여서 확률적으로 볼 때 만나기 쉽지 않다는 점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자명한 사실을 나는 간과해왔던 것이다(물론 내가 슈퍼맨도 아니고 모든 분야에 강점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더 나아가 내가 잘하는 분야를 기준으로 상대방이 못 미친다고 불만을 품는 것은 어찌 보면 폭력적인 시선일 수도 있지 않을까 반성하게 된다(다만, 그때 당시에는 속이 타들어가는 심정이긴 했다). 반대로 내가 못하는 분야를 기준으로 했을 때 싸늘한 시선을 받는다면 나도 상처를 받지 않겠는가(물론 자기가 모르는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사람들이 기꺼이 배우려는 태도를 지니고 살아간다면 좋겠지만, 남의 의식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임을 감안한다면 포기해야 할 부분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쯤 되면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길의 형태는 둘 중 하나인 듯하다. 하나는 나의 기준에 의한 ‘좋은 사람’을 만나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길. 다른 하나는 존재적인 삶의 방식을 끝없이 단련하는 독신자의 길. 그것이 어떤 형태로 펼쳐지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는 듯하다. 존재적인 삶의 방식을 계속해서 단련하는 길. 내가 원하는 고귀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설령 찾지 못하더라도 고귀한 싱글, 정신적 귀족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