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잡념 박스

“닥쳐라, 이 잔챙이 새끼들아!!!”

거인 한 마리와 난쟁이 무리

by Edit Sage

거인은 고요하다.

처음엔 말하지 않는다.

그는 단지 서 있을 뿐이다.


그 존재가

모욕이 되고,

공포가 되며,

부정의 대상이 된다.



난쟁이들은 모인다.

혼자는 작으니

무리를 이룬다.

작음은 죄가 아니나,

그 작음을 감추기 위한

집단의 크기는

폭력이다.



거인의 발끝을 향해

비난이 쏟아진다.

“너, 왜 그렇게 커?”

“너, 너무 조용해서 불편해.”

“너, 우리보다 낫다고 생각하지?”



그러나 거인은 말이 아니라

침묵으로 고발한다.

그 침묵이

난쟁이들의 불안을 흔든다.


“우리는 작지만 옳다.”

“우리는 약하지만 정의롭다.”

그 착각을 유지하기 위해

거인을 끌어내려야 한다.



그리고

거인이 입을 연다.


“닥쳐라, 이 잔챙이 새끼들아!!!”


이 말은 폭력이 아니다.

그건 오랜 참음의 단절.

존재를 설명하지 않겠다는 선언.

왜곡된 정의의 무효화.



그 말은

공격이 아니라 해방이다.

자신을 난쟁이의 거울 속에서

더 이상 왜곡하지 않겠다는

존재적 이탈.



“잔챙이”란 크기의 문제가 아니다.

그건 의식의 스케일이다.

질투로 뭉치고,

모욕으로 결속하며,

자기 열등감을 윤리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는 군중.



거인은 오만한 것이 아니라,

단독인 것이다.

그 단독을

군중은 배신처럼 느낀다.


왜냐하면

군중은 늘 함께여야

자기 존재를 느낄 수 있으니까.



“닥쳐라”는

말을 뺏기지 않겠다는 말이다.

더는 네들의 틀 안에서

존재를 교정당하지 않겠다는

거인의 언어 해방.



작다는 이유로

모였고,

모였다는 이유로

옳다고 착각하고,

그 착각을 위해

커다란 존재를 파괴하려 드는 자들.


그들은

폭력이 아니라

정의인 척한다.



그러니 묻는다.

진짜 거인은 누구인가?

고독하게 선 자인가,

함께 외친 자들인가?


그리고

그 군중의 외침은,

진심인가,

공포인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정신적 불가촉 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