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잡념 박스

무시의 향연, 무시의 축제, 무시의 심리학

무시, 무시의 무시, 무시의 무시의 무시…

by 메모

무시는 칼이 아니다.

숨이다.

숨을 들이쉬듯

너를 지나친다.

있음은 감지되되,

의미는 부여되지 않는 존재.



처음의 무시는

사고의 생략이다.

다음의 무시는

감정의 차단이다.

그다음의 무시는

존재 자체의 부정이다.


무시 - 생략 - 차단 - 삭제.



무시의 무시는 무엇인가?

무시당한 자가

자신을 무시한 자를

무시함으로써

존재의 잔여값을 역전하려는 심리.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이미

무시를 기준으로 존재를 조정하는 자가 된다.



무시의 무시의 무시.

= 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척의 척.

= 신경 쓰지 않는다는 신경 쓰는 연기의 연기.

= 침묵의 탑 안에 갇힌 자아들의 축제.



무시의 향연은 곧 관계의 종말이 아니다.

관계의 가장 고요한 지옥이다.

말은 없고,

감정은 흐르지 않고,

하지만 그 침묵은

말보다 더 크다.



무시는 감정이 아니라,

권력의 형태다.

‘말하지 않음’으로

‘너는 대상이 아님’을 규정짓는

지배의 기술.



그래서 무시는,

항상 아래에서 위로는 칼날이 되고

위에서 아래로는 법칙이 된다.



무시의 심리학은 말한다.

“보이지 않음”은

“존재하지 않음”보다

더 고통스럽다.

왜냐하면

존재하되,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상태는

존재의 가장 추한 거울이기 때문이다.



무시의 무시의 무시의 구조는

누구도 진짜 주인이 없는 무한한 감정의 미로다.

모두가 피하고 있고,

모두가 느끼고 있고,

모두가 말하지 않는다.



그건 침묵의 미학이 아니라,

관계의 방화.

말을 하지 않음으로써

천천히 소멸시키는

존재의 부재 퍼포먼스.



묻는다.

당신은 지금

무시하는 자인가?

무시당하는 자인가?

혹은,

무시당한 것을 무시하는 자인가?


그리고

그 무시를 감지한 순간,

당신은 이미

무시의 시스템 안에 편입된 것 아닐까?



무시는 관계의 사망선고가 아니라,

감정의 은닉처다.

그 속엔

슬픔, 분노, 열등감, 사랑까지

모두 묻혀 있다.



그러니

무시를 바라보라.

무시를 느껴라.

그리고

그 무시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당신은 다시 말하는 자가 된다.


무시당한 자에서

무시의 해석자가 된다.

그게,

무시의 축제를 끝내는

유일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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