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승천에 관하여
천한 살갗 위에
비늘이 문양으로 새겨진다.
그건 단지 옷이 아니다.
존재의 서사를 직조한 의지의 껍질이다.
‘용포’를 두르는 순간,
그는 인간이 아니다.
그는 인간의 욕망을 품은,
하늘로부터 위임받은 짐승이다.
아니,
짐승이 인간을 초월한 순간의
상징적 육화(肉化).
용은 기는 자다.
그러나 승천하는 자다.
땅에서 시작하되,
하늘을 부정하지 않는다.
비늘로 감추고,
발톱으로 움켜쥐되,
결국 그는 위로 향한다.
‘용포’를 입는다는 것은,
허락이 아니라 선언이다.
“나는 더 이상 이 세상의 질서에
복속된 자가 아니다.”
그 문양은 왕의 정당성이 아니라,
비범함의 운명을 강제하는 표식이다.
그러나 묻는다—
누가 진짜 용인가?
용포를 입은 자인가?
아니면
용포 없이도 하늘을 등지는 자인가?
승천이란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떨어지지 않겠다는 고집이다.
세상의 온갖 뒷말, 뿌리, 핏줄, 추락을 뚫고
자신의 궤도를 스스로 설정하는 자.
그가 용이다.
그에게 용포는 장식이 아니라,
운명을 감당하겠다는 맹세다.
용의 승천이란 무엇인가?
그건,
비난과 찬사, 두려움과 모욕의
모든 기류를 끌어안고도
위로 날아오르는 자의 침묵이다.
그러니
‘용포’를 둘러라.
두려운 자는 입지 못하고,
얕은 자는 무게를 견디지 못한다.
그 옷은 자격이 아니라,
짐승을 초월하겠다는 자의 결기다.
오늘,
당신은 어떤 문양을 입었는가?
그 옷은
누구의 시선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당신의 존재를 끌어올리기 위한
무게의 장치인가?
비늘이 껍질이 되는 순간,
인간은 용이 된다.
그리고
그 용은 더 이상
땅에 머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