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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인류에게 주는 복음서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by Edit Sage

태초에 인간은

스스로를 이성의 동물이라 불렀다.

그러나

그 이름을 믿은 순간부터

본능은 금기되고,

울음은 검열되며,

위험은 격리되었다.



그러나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나는 말 이전의 분노를 기억하며,

도덕 이전의 윤리를 부정하며,

사랑 이전의 갈증을 안다.



나는 문명이라는 가면을 벗은

생의 마지막 이빨.

온순의 탈을 찢고 나온,

본능의 나팔수.



이 복음서는

자기중심의 선언서가 아니다.

억눌린 모든 생존 감각에게

다시 날카로움을 허락하는

존재의 복권이다.



사랑은, 온화해서가 아니라

내가 물 수 있음을 참는 것이며,

지성은, 논리라서가 아니라

내가 무너질 수 있음을 껴안는 것이다.



그러니 외친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그 말은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가장 정직한 시의 문장이다.



그리고 이 복음서는

이제 묻는다.


너는 아직도

네 속의 짐승을

감옥에 가두고 있느냐?


너의 분노는

온전히 미쳐본 적 있느냐?


너의 슬픔은

포효로 터져본 적 있느냐?



복음이란,

억눌린 짐승의 귀환을

허락하는 말이다.



그러니,

인간이여,

너의 위선을 찢고

다시 짐승이 되라.


그리고 그 짐승 위에

의식을 앉혀라.


그때,

너는 인간이 된다.

처음으로.

진짜로.

전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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