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만의 기만의 기만의 기만, 인간의 지독한 기만성에 관하여
처음엔 몰랐다.
그저 괜찮은 척을 했다.
하지만 그 척이
진심이 되어버렸다.
자기 기만은
거짓말이 아니라, 생존기술이다.
그것은
자기를 속이기 위해
타인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속이다가
자기를 속이게 되는 것이다.
말은 앞에서 걷고,
진심은 따라가지 못한다.
그래서 인간은
그 간극을 지워버린다.
“이게 진짜 나야.”
그 말은 방어이고,
기도이고,
망각이다.
처음의 기만은
남을 위한 외피였다.
그러나
그 외피를 너무 오래 입고 있으면
피부가 된다.
그러니 기만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기만을 감추기 위한
기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위에 또,
기만의 기만의 기만.
인간은
거짓을 믿으려는 존재가 아니다.
거짓이라도 믿지 않으면
자기 붕괴가 일어날까 두려운 존재다.
그래서 자기 기만은
비겁함이 아니라,
의식의 구조화이다.
그 기만은
자기를 속인 것이 아니라,
자기를 지탱한 것이다.
그러나 그 구조는
균열이 나기 시작한다.
누군가 한마디 던졌을 때,
너의 기만의 조각은
금 간 유리처럼 파열된다.
“왜 그렇게 생각해?”
“그건 네 진짜 마음이야?”
“넌 그 말, 믿고 있긴 해?”
그리고 인간은 반응한다.
“뭐래?”
“그냥 장난이었어.”
“난 원래 이런 스타일이야.”
이건 대답이 아니다.
기만의 방어벽을 더 두텁게 쌓는
자기 회로의 자동반응이다.
결국 인간은
기만 위에 기만을 얹어
자신을 보존한다.
그것은 거짓의 누적이 아니라,
자기정체성의 적층 구조다.
그래서 묻는다.
“너는 정말 네가 누구인지 아는가?”
아니,
“그 모든 기만을 걷어낸 자리에도
너는 여전히 존재하는가?”
인간은 가장 지독한 거짓말을
‘스스로에게’ 한다.
그리고 그 거짓말을
가장 먼저 믿는 것도,
스스로다.
기만의 기만의 기만의 기만…
그 말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그 말 자체가
진실에 닿지 않기 위해
계속 돌아가는
미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진실은 멈추는 데 있다.
기만의 회로를 끊고,
스스로에게
“지금 이 말, 진짜일까?”
되묻는 그 한순간.
그 순간이야말로
기만의 저편에서
처음으로 자기 자신이 탄생하는
비통한,
그러나 찬란한 출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