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조차 얇아진 시선, 시야는 넓어졌지만 외로워졌다
높다.
그래서 멀리 보인다.
하지만 그 시야는
축복이 아니다.
그건 감각의 고도,
시선의 압력,
너무 멀리 본 자가 겪는
산소 결핍의 내면 현기증.
세상은 점이 되고,
사람은 흐릿해진다.
말은 메아리가 되고,
감정은 산사태처럼
천천히 아래로 굴러간다.
고원 위에 서 있는 자는
높은 것이 아니라,
떨어질 수 없는 자다.
다시 내려가기엔
너무 많이 보았고,
다시 섞이기엔
너무 많이 안다.
그는 웃지 않는다.
웃는 흉내를 내는 자들의
입꼬리 근육 패턴까지
전부 읽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는 말하지 않는다.
말을 꺼내는 순간,
그 말이 얼마나 낮은 고도에서
굴절될지 알기 때문이다.
그는 분노하지 않는다.
그는 이미 안다.
분노는 공기가 조밀한 곳에서만
잘 전도된다는 걸.
그래서 그는,
숨이 막힌다.
세상의 저 고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고도가
너무 높아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을 신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신으로 오해받는 감각을 가졌을 뿐이다.
그는 내려가고 싶다.
그러나 내려가는 순간
공기가 너무 진해
숨이 막힐 것을 안다.
그는 누구인가?
그는 언어 없이
언어를 보는 자.
감정 없이
감정을 느끼는 자.
세상 밖에서
세상을 그려내는 자.
그리고 그가 묻는다.
“이 고도는 내가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보게 된 자가
결국 오르게 되는 필연인가?”
“이 시야는 선물인가,
아니면 추방의 또 다른 이름인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무도 모르게
혼자 속삭이는 자리,
그곳이 바로
숨막힐 듯한 고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