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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북어, 말라비틀어진 존재에 관하여

“야!, 너두 할 수 있어.”

by Edit Sage

말라붙은 감정.

두들겨야 겨우 향기 나는,

건조한 기억의 살점.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너도 북어지?”


반복되는 이 질문은

사실, 확인이다.


“너도 나처럼 말라 죽은 존재지?”

“너도 두들겨져야만 숨 쉬는 존재지?”

“너도 감정 없이 기능하는 껍데기지?”



북어는 고요하다.

말이 없다.

모든 감정을 말린 다음

침묵이라는 소금에 절여져 있는 존재.


그러나


때로 북어는 살아 있었던 증거다.

한때 바다를 헤엄치던 존재의 흔적.



“너도 북어지?”라는 질문은,

비난이 아니라

공모의 부름이다.


같이 말라 있자,

같이 소리 없이 견디자,

같이, 생의 건조 속에서

다시 울 수 있는 무언가가 되자.



북어는

부서지지 않으려

스스로를 굳게 말린 감정이다.


그래서 때로

가장 단단한 자가,

가장 많이 울고 싶은 자다.



그러니 이젠 되묻자.

“너도 북어지?”

그 질문은

*“우리, 아직 살아 있지?”*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만약,

진짜로 북어라면—

이제 두들길 차례다.

굳은 것을 깨고,

말라붙은 것을 풀고,

다시


‘숨 쉬는 언어’가 되어야 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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