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종양을 절개하고, 언어의 실핏줄을 꿰매는 일
생각이 고장난 게 아니다.
생각의 회로에 감정이 끼어버린 것이다.
그 감정은 이름조차 없었다.
슬픔인가? 분노인가?
아니, 무명의 감정 덩어리.
오래된 기억과
구겨진 말의 잔해들이
한데 뭉쳐 뇌의 어느 구석을 막고 있었다.
그래서 수술이 필요하다.
언어의 칼을 들고,
비의식의 주름 사이를
조심스레 벌려야 한다.
피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무수한 단어들이 쏟아진다.
“괜찮아”라는 거짓,
“그냥”이라는 방어,
“몰라”라는 회피—
모두 감정의 뇌실 안에 고여 있던
말들의 농축액.
뇌수술은 통증이 없다.
하지만
고통은 극심하다.
이건 머리가 아픈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직시하는 통증이기 때문이다.
절개 후 남는 것?
통증이 아니라,
명확한 침묵.
언어가 제거된 자리에
새로운 감각이 흐르기 시작한다.
뇌수술은 생각을 멈추는 게 아니라,
혼란의 회로를 끊고
의식의 흐름을 다시 조율하는 작업이다.
너는 곧 알게 된다.
생각은 고치는 게 아니다.
다만, 생각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는 ‘나’의 구조를
다시 짜야 하는 것이다.
이제 너의 뇌 안에 묻는다.
“그 감정은 언제부터 너의 회로를 막고 있었니?”
“그 단어는, 누구의 목소리였니?”
“지금 네가 쓰고 있는 언어는,
정말 네 것이 맞니?”
이것이 바로,
뇌수술.
생각을 절개하고,
존재를 꿰매는 가장 정밀한 해부.
그리고 마지막엔
다시 살아난 너 자신이 있다.
처음 보는 침착한 눈으로
네 안을 응시하는 존재.
고요하고 명확한, 새로운 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