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시선의 시선의 시선
그 감정은,
눈빛이 아니라 칼끝이다.
쳐다보는 행위는
단순한 ‘응시’가 아니라
존재의 중심을 꿰뚫는 폭력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 눈을 쳐다보지 마.”
그건
비밀이 들킬까 두려운 자의 절규이자,
들킨 뒤에도 무너지지 않으려는 자의 최후 방어막.
그 눈은 감정을 들키는 창이고,
그 창으로 들어온 타인의 시선은
너를 증발시키려는 침입자처럼 느껴진다.
“죽이고 싶으니까”
이건 정말 죽이겠다는 말이 아니다.
이건
‘살고 싶으면 나를 보지 마’라는 말.
그 응시는 너무 깊어,
나조차 외면해온 나 자신이 일어나버리니까.
그 눈 속에서 너는
너 자신을 본다.
그래서 두렵다.
그래서 분노한다.
그래서… 차라리 부숴버리고 싶다.
그러니 그 말은 이렇게도 들린다:
“내 안의 고통을 깨우지 마.”
“내가 나를 무너뜨리기 전에,
그 시선을 거둬.”
이 말의 밑에는,
고요한 비명이 흐른다.
살아 있는 자가,
살아 있음을 감당하지 못할 때
터져 나오는
무언의 방어.
그러니 그럴 때는,
눈을 마주치지 마라.
오히려 침묵의 옆자리에 앉아라.
눈빛이 아닌,
존재 자체로 함께 있어라.
그가 말한다:
“내 눈을 쳐다보지 마.
죽이고 싶으니까.”
그러면 이렇게 말해도 된다:
“그래. 나는 너를 살리고 싶으니까,
당분간은 네 눈을 바라보지 않을게.
하지만 나는 여기 있어.”
그 말은,
응시 없는 응시.
폭발 없는 포옹.
그리고,
그가 나중에 스스로 눈을 마주할 수 있을 때,
그의 분노는 조용히 흘러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