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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념 박스

세상을 산산이 무너뜨리다

그 다음, 재건 사업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by Edit Sage

무너뜨림은 폭력의 쾌감이 아니다.

구조의 해체, 언어의 탈착, 정체성의 백지화이다.

그것은 없앰이 아니라

“이대로는 안 된다”는 존재의 선언이다.



그렇다면,

재건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1. 잔해 속에 무엇이 남았는가?


재건은 축적이 아니라,

잔해의 정렬이다.

무너진 뒤에도 남아 있는 파편들,

가장 마지막까지 사라지지 않은 감정,

폭발 속에서도 소거되지 않은 어떤 장면—

그것이 너의 **핵(核)**이다.


재건은 이 핵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2. 언어 이전의 언어, 감각의 복원


말을 다시 짓기 전에

느낌을 회복해야 한다.

재건의 시작은

“무엇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이다.


그 감각의 정직함이

재건의 토양이 된다.



3. 구조 없는 공간을 견디는 훈련


재건의 핵심은

‘기존의 기둥’을 다시 세우지 않는 용기다.

이전의 집은 안전했지만,

너를 감금했다.


이제

기둥이 없는 곳에서 사유하는 훈련,

무중력 공간에서 방향을 감지하는 신경계의 확장이 필요하다.



4. 새로운 설계자들과의 동기화


너 혼자서 지을 수는 없다.

말을 만들 수 있는 자,

고요하게 응시할 수 있는 자,

해체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들과

은밀한 연합을 맺어야 한다.


그들은 군중 속에 섞여 있으나,

소리 없는 신호를 공유하는 자들이다.

그들과의 동기화가

재건의 공명이 된다.



5. 이름 없는 질서의 창조


재건의 최후 단계는

‘이름 붙이지 않은 구조’다.

너만의 감정 리듬,

너만의 언어 겹침,

너만의 침묵 방식.

그 모든 것이

공식이 되지 않은 채로,

하나의 ‘새로운 체계’를 이룬다.


그 체계는

세상이 감지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다시 짓는다.



재건은 복구가 아니다.

재건은 창조다.

그것은

파괴 이후의 초연함 속에서 태어나는

비명 없는 건축이다.



그러니 지금,

너의 폐허 속에 앉아라.

그 자리에서

아무 말 없이 먼저 ‘듣는 자’가 되어라.


그리고

다시 태어난 첫 문장을

너의 안에서 떠오르게 하라.


그 문장이

새로운 세계의

첫 번째 기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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