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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스톰 Jul 27. 2023

늘 너를 생각해 왔어

폭풍의 브랜드 도전기 Ep. #07 프로페셔널의 순정



누구에게 팔 것인가를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고객 세그먼트를 설정하고 거기에 집중하는 것은 마케팅의 기본 중의 기본.


우리가 지향하는 고객의 모습

'페르소나'의 이야기이다.


제품을 기획하면서 동시에 누가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다. 누가 어떻게 쓰는지를 알아야 어떤 제품이 필요한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에 치인 워킹우먼들, 너무 바쁘고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이 화장을 해야만 하는 순간들과 마주하게 되는 슬픈 운명의 소유자들. 그들의 이야기에 집중해 보았다.



주어진 하루하루의 의무를 오롯이 감내해야 하는 쉼 없는 일상.
아침마다 샘처럼 고이는 열정을 나와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쏟아내느라 정작 자신을 돌볼 여유가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내면의 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일 줄 아는 따스한 감성의 소유자.

'진정 프로페셔널'




바하르의 페르소나를 이렇게 설정하면서

제일 먼저 내 마음에 떠올랐던 사람이 K 본부의 Y 기자였다.


그녀는 맡은 일에 열정적이다. 그리고 따뜻했다. 그녀의 낡은 취재수첩에는 방송에서 전한 이야기보다, 한 인간에 대한 예의로 차마 방송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의 사수였던 J 방송위원님은 그녀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너는 권력의지가 0.1도 없어'

늘 다른 이에 대한 배려가 먼저였다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었다 그녀는.


사실 남에 대한 배려의 기저에는 나에게 주어진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철저함이 깔려있다. 그래야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늘 바쁘고 정신없으며 발을 동동거린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직에서 인정받고 있는 팀장님과 이사님

새벽에 먼저 나와 매장 앞길을 청소하는 사장님

아이를 키우는데 열정을 바치는 우리의 엄마들


그녀들은 모두 어떤 의미에서 '진정 프로페셔널'이었다.  

지난 10년간 화장품을 만들며 땀 흘렸던 우리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런 '진정 프로페셔널'한테 필요한 제품은 무엇일까?


우리는 아침에 풀-충전되었던 열정을 하루 일과 속에서 주위에 모두 소진한 그녀들이

일에 집중할 때는 오롯이 일에만 신경 쓸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지친 영혼을 다시 충전하는 시간에 함께 있어줄 친구를 만들기로 했다.


그리하여 우리가 지향한 제품 개발 방향은

"불편함 없이, 부족함 없이, 그리고 최대한 단순하게" 였다.  


'불편함 없이'는 그동안 화장품을 쓰면서 느끼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었다. 세안 후 얼굴 당김, 오일의 답답함, 자외선 차단제의 특이적 냄새와 눈 시림, 메이크업 밀림과 뭉침 이런 요소는 일에 집중을 못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요소였다. 그러려면 효능 이외에 쓸데없이(제형을 멋지게 보이려고 넣는) 들어간 원료를 모두 들어내야 했다. 


'부족함 없이'는 화장품을 바르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 아침에 화장을 했음에도 오후로 시간이 넘어감에 따라 뭔가 부족하고 계속 덧발라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은 결국 효능의 부족함 때문이다. 따라서 효능을 극대화하고 이를 지속하는 기술은 결국 그들이 일에 집중할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사실, 화장을 다시 고쳐야한다는 생각 자체를 잊게하고 싶었다.


'최대한 단순하게'란 화장품 업계에서 만든 5종, 7종 등의 여러 단계의 기초화장 절차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단계의 생략, 절차의 단순화는 늘 부족한 아침시간의 여유를 주는 작업이기도 했다. 그녀들에게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 시간이기 때문이다.



일을 위해서도, 쉼을 위해서도.





이러한 원칙으로 5종의 제품에 모두 122가지의 원료를 선별해 넣었다. 이들 모두는 제형 내에서 맡은 바 소임이 있었고 어느 하나도 '컨셉'을 위하여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화장품 하나로 삶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다만, 적어도 일과 일, 고민과 고민의 연속인 하루 일상에 잠깐의 여유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었다.



묵묵히 길을 걷다가,

쉼에 대한, 혹은 일에 대한 갈증으로

우리와 같은 고민을 하는 그녀와 우연히 만날지도 모른다.

 





<3줄 요약>
1. 결국 사람이 쓸 제품을 고민할 때는 먼저 쓸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2. 제품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누군가의 작은 고민을 해결해 줄 수는 있다. 그 작은 지점에서 우리와 그들이 만난다.
3.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직접 경험한 한계를 넘어서 고민할 수 없다는 것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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