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장은 공단이었다. 공단은 소위 공기업 같은 느낌을 주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00구의 공무원들의 사업을 대신해 주는 외주업체였다. 이 당시 대부분의 도서관의 공단에서 위탁관리 했으므로, 공무원 시험을 보지 않고 00구 사서가 되기 위해서는 공단 또는 사설 재단의 도서관 사서로 취업을 준비해야 했었다.
구에서 위탁이 되었다고 해서 공무원과 복지가 같은 곳은 아니었다. 공무원 조직의 형태를 따르고 공무원의 행동강령은 따르지만, 직원 복지는 전혀~ 다른 곳이 바로 공단이었다.
하지만 공무원조직체계처럼 조금은 경직된곳이기도 했다.
이런 딱딱 곳에 신입사원 수다르크가 2013년 3월 입사하게 된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조금 늦은 나이 27살의 신입직원으로 "무엇이든 열심히" 사는 ESFJ였기에 조용한 성격이 많던 기존 사서에서 조금 다른 "열정"의 아이였다. 그러다 보니 첫인상에는 나를 좋게 본 사람도 있었다. 또 성격덕에 공단의 직원들과도 많이 친해지며 이곳에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또 열정이 있는 만큼 할 말은 해야 하는 성격! 나는 조신한 아이는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상사들에게는 그렇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캐릭터가 나였다.
"신입이지만, 서무를 부탁해!"
처음에 배정받은 곳은 사무실이었다. 담당업무는 서무.
도서관은 우리가 흔히 아는 자료실운영에 사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도서관 내 문화강좌를 운영해야 했고, 도서관별 독서진흥을 위한 행사를 기획 운영관리해야했고 그리고 공기관이기 때문에 제출해야 하는 각종 교육, 공지, 외부에서 내려오는 요청자료들 등 각종 서류취합과 또 망가진 건물보수와 전체적인 예산관련 업무등 기관에 필요한 잡무가 포함된 업무도 있었다.
이 많은 잡무와 업무를 포함한 업무분장을 이 공단에서는 "서무업무"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 서무 업무는 굉장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업무분장에 없는 모든 일을 다 서무가 챙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무실의 문이 망가져도, 화장실의 변기가 막혀도, 엄청난 민원인이 와도 ... 업무분장의 없는 일들은 바로 서무에게로 왔다.
그래서 발령을 받고 신입이 업무를 맡은 경위를 들어보니, 기존 사서들이 모두 하기 싫어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이 시기에 발령받은 사서들은 사무실에 발령받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 어려운시기를 잘버틴 덕에 , 나는 도서관에 11년차 사서가 되었고 꼰대가 되어버렸다.
"나 때는.. 그래 나 때는"
이 주문같은 문장의 고생의 추억은 바로 이 업무의 발령으로부터 뇌에 각인된거 같다.
"도서관에서 돈을 벌어야 하나요?"
문헌정보학과를 다니면서 도서관은 무료로 지식과 정보를 나눠주는 보물 같은 곳이라고 배웠다. 봉사정신으로 똘똘 무장해서 좋은 사서가 되겠다고 다짐한 나였는데, 공단에서 일하면서 놀랐던 점은 매월 수입보고를 통해 "도서관은 주차장이 벌어놓은 수입을 다 쓰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공단에 소속되어 있는 동안 우리는 알게 모르게 미운오리 새끼가 되어 "문화강좌"를 통해 수입증대방안을 논하며 수입에 대한 압박으로 고민하고 속상해하는 그런 곳이었다.
돈을 벌어야 인정받는 곳, 그러기에 미움받을 수밖에 없던 도서관.
하지만 경영평가에 실적으로는 엄청나게 도움이 되었던 기관은 단연 도서관이었다.
"힘든 만큼 함께해서 즐거운 동료"
이런저런 이유로 늘 퇴사와 이직을 고민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이직의 선택을 못하고 이곳에 있던 건 함께 고생했던 직원동료들 때문이다. 모두 다 같은 도서관에 있지는 못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서 힘들 때마다 위로주를 할 수 있는 그런 존재들이었다. 퇴근하고 만나서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끈끈한 친구 같은 관계! 물론 개인의 이익 앞에서 갈라질 수 있는 게 직장동료라지만, 나는 그들과 경쟁하게 된다고 해도 질투보단 응원을 그리고 지지를 해주고 싶다.
직장에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 이것은 힘든 10년 중 가장 큰 신의 선물이었다.
몇번의 사직의 기회를 지켜준 나의 소중한 동료
K양, J양, E양. y양 그리고 나의 독서회 친구들
수다르크가 사서로 ing 할 수있도록 공헌한 그들이 너무 감사하다.
" 무슨말을 하고 싶어?"
2013년에 입사해 쭉 있다보니 어느순간 꼰대가 되어버린 직장인 10년차이다. 사람과의 관계, 직장에서의 관계 이모든 것들의 회의감이 진하게 느껴지는 지금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전문가의 영역으로 생각해 온 작가를 도전해보자라고 생각했다.
정말 글을 잘 못쓰지만, 나의 10년의 직장생활의 기록들이 누군가에게 이런 삶도 있구나 라는 재미와, 또 그 안에서의 사람냄새나는 공감과 또 나도모르게 받게되는 위로, 또는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로 흘러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