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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darc Jan 19. 2024

2.여자가 커피를 타야 하나요?

2013년 3월 어색하게 앉아있는 책상 앞 신입직원 두 명, 나와 동기의 첫만남이었다. 두 명의 신입은 조용히 팀장님께 인사를 한 후 원형 탁자에 앉아 별다른 업무지시없이 오전 내내 대기를 해야 했다. 기다림이 지루해질때쯤 나는 동기에게 말을 걸었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 

" 어디서 일하셨어요? 저는 00도서관에서 일했어요"

등등 사무실의 조용함에 너무 튀지 않는 목소리로 이것저것 조용한 스몰토크를 하면서 약간의 지루한 시간을 견뎌야 했다. 그런 스몰토크를 조용히 지켜보던 사무실 내의 선배님들이 동기가 화장실 간 후 조용히 나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어디로 가실 거예요? "

간단한 인사 후,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2명의 시선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저는 어디든지 괜찮아요"

사실 신입의 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기에, 조용히 웃으며 대답을 미뤘다.

"그럼 A도서관으로 오고 싶다고 하세요!"


뜻밖의 제안에 나는 고민했다. 출퇴근 거리가 가까운 곳은 다른 도서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신 두 분의 웃음과 환대에 나는 팀장님과의 개별 면담 중 어디를 가고 싶다는 질문에 고민 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A도서관으로 가고 싶어요"


그렇게 나는 A도서관으로 발령이 났다.


발령이 되어 도착한 A도서관은 A도서관 사무실과 공단의 도서관을 전체 운영하는 팀이 함께 있는 곳이었다.  

쉽게 설명해보자면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서 직원과, 도서관을 관리하는 팀에는 사서직이 아닌 일반직이 함께 있는 곳이였다. 

신입이던 나는 도서관에서 흔히 알고 있는 자료실이 아닌, 사무실로 배정을 받았다. 그리고 업무는 서무의 업무를 하면서 총괄사서님의 업무를 돕는 일을 하게 되었다. 발령받은 A도서관은 관장님이 없었고, 관장대행으로 총괄사서가 있던 곳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업무는 관장이지만 호칭은 선생님으로 불렀다. 그런 나는 선배사서님과 도서관팀의 주임님의 도움으로 업무를 익혀가고 있었다.  


어느 날 총괄사서님이 나를 조용히 따로 부르셨다.


"선생님, 손님이 오면 차를 타야 해요" 


당연히 총괄사서님이 차를 타는 걸 보고 내가 매번 일어나 차를 타줬기 때문에 너무 당황했다.


"아 저는 도서관의 손님이 오면 커피나 차를 타고 있었는데요"


나의 대답에 총괄사서님은 조금 당황한 듯 말을 했다.


"아니, 도서관 운영팀에 손님이 와도 선생님이 타주셨으면 좋겠어요"


띵, 여기서 나는 띵 하는 소리가 났다.


A도서관과 함께 공간을 쓰고 있는 도서관팀에는 나보다 조금 일찍 들어온 남자일반직 신입직원이 있었다. 나는 당연히 A도서관은 A도서관, 도서관팀은 도서관팀이라고 분리되어 생각했기 때문에 막내가 커피를 타더라도 나는 A도서관의 막내니까 A 도서관 손님의 커피를 타려고 했었고 도서관팀의 손님이 왔을 때는 도서관팀의 여자주임님이 일어나도 일어나서 커피를 타지 않았다.


왜? 당연히 이 팀의 막내인 B직원이 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를 불러서 차를 타야 한다고 말을 하고 있으니, 나는 무척 당황했다.

하지만 인트로에서 말했듯이 나는 할 말을 해야 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나는 "네, 알겠습니다"의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도서관팀에도 막내직원이 있는걸요? 제가 A도서관손님을 접대하듯, 도서관팀은 막내인 B직원이 해야죠!"


이렇게 말하는 나에게 곤란한 듯 총괄사서님은 눈을 한껏 사람인자(人)로 만들며 말씀하셨다.

 

"하지만 여자가 타주는 게 예쁘잖아요"


여기서 나는 어떻게 했을까? 이때를 생각하면 2013년에 이 공단의 분위기는"네, 알겠습니다"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네"라는 대답을 할 수없었다.

"그건 아닌 것 같다. 나는 할 수 없다. 그런 성차별적인 발언은 지금 맞지 않다"


요지는 이렇지만 그 당시는 나는 논리적이고 똑 부러지게 말하지 못했다. 분한마음에 얼굴이 불그락 하면서 말을 했던거 같다. 그날 나는 횡설수설 말한 후, 나는 도서관팀의 막내를 따로 불렀다. 그리고 앞으로 차를 탈것을 당부했다. 


물론 이것도 신입직원 B군과 친했기 때문에 "네가 해!"라고 편하게 말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이때부터 나는 수다르크가 되어버린거 같다. 


지금시대의 아이들이 들으면 신기하게 볼 이야기지만, 그때는 당연할 수 있는 분위기었던 2013년이다.

나는 이런 2013년 부터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보고자 한다. 기억의 왜곡으로 MSG가 첨가되어 소설이 되어버릴 수도 있지만, 경험에 기반 소설로 읽혀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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