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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Dec 15. 2023

조용한 일

김사인 시인의 <조용한 일> 전문은 다음과 같다.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 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백 마디의 말보다 따스한 눈길이, 맞잡은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더 큰 위로와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생색내지 않고, 요란하지 않게 그저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것, 조용하게 옆에 머물러주는 것이 위로가 되기도 한다. 아무 말 없이 툭툭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에서, 침묵하며 곁을 지켜주는 누군가에게서 따뜻한 위안을 받는다. 위로와 위안은 화려한 말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다. 요란스러운 표정과 행위로 전달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힘들 때 묵묵히 곁에 있어주는 것, 아무 말하지 않고 그냥 있어주는 것, 그것보다 더 큰 위로와 힘이 되는 것이 있을까. 사실은 아무 말 없이 곁에 있어주는 게 가장 어렵고 힘들다. 조용히 침묵하며 상대방의 슬픔에 공감하며 곁을 지켜주는 것은 쉽지 않다. 화려한 언변과 그럴싸한 슬픈 표정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는 외려 쉽다. 말없이 그저 곁에서 힘든 순간 함께 있어주는 것, 그런 조용한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요란하고 화려한 언변이나 표현이 아닌 투박한 침묵으로 전해지는 따스함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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