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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Dec 14. 2023

잊어버려요

사라 티즈데일의 <잊어버려요> 전문은 다음과 같다.


잊어요, 꽃을 잊듯

잊어버려요

빛으로 타오르던 불꽃을 잊듯

영원히 아주 영원히

잊어버려요


세월은 고마운 친구

우리를 늙게 하지요


누군가 묻거든 이렇게 답하세요

오래전 아주 오래전에

잊었다고

꽃처럼, 불꽃처럼

오래전 잊힌

눈꽃 위 발자국처럼




추억이라고 모두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가위로 오려낸 것처럼 아예 없던 일로 지워버리고 싶은 것도 있다.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잊고 싶은 일도 있다. 망각이 축복처럼 느껴지는 그런 순간이 있다. 자책하지 말자 다짐하지만 평정심을 잃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옛 기억도 있다. 억울하고 분하게 느껴지는 마음을 내려놓고 복수로 날 선 칼 같은 마음도 내려놓자고 다독이지만 마음이 말을 듣지 않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땐 시간이 약이고 망각이 선물이다. 




눈길 위 발자국처럼 내리는 눈에 흔적 없이 사라지듯 그렇게 고 싶다. 마음속 흔적을 가위로 깨끗이 오려내고 싶다. 복수심과 증오로 들끓던 화염 같은 마음도, 적개심에 불타던 상처받은 마음도 모두 내려놓을 수 있다면, 되갚아주려 애쓰며 남은 생을 허비하지 않을 수 있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평안한 마음이야 말로 선물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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