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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Dec 07. 2023

묵은해와 새해

법정 스님의 <묵은해와 새해>는 다음과 같다.   


누가 물었다.

스님은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느냐고.


나는 대답했다.

'나는 오늘을 살고 있을 뿐

미래에는 관심이 없다'


우리는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고 있다.

바로 지금이지

그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다음 순간을, 내일 일을

누가 알 수 있는가.


학명 선사는 읊었다.

'묵은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말라.

겨울 가고 봄이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라, 저 하늘이 달라졌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 사네.'




12월이다. 요즘은 어딜 가나 크리스마스트리가 12월이 찾아왔음을 알려준다. 병원도 마트도 백화점도 연말 분위기로 가득하다. 인류의 지혜 덕분에 연속적 시간의 반복일 뿐인 하루가 연, 월, 일 단위로 체계화되었고 단조롭고 밋밋할 수 있는 삶에 기념일과 이벤트가 생기면서 활기를 띠게 되었다. 새해라는 개념이 도입되기 전에 살던 선조들은 어땠을까? 1월 1일도 그들에겐 어제의 연장선에 불과한 동일한 하루였을 뿐일 게다. 해 지고 해가 떠서 새로운 아침이 찾아오는 변함없는 날의 연속일 뿐이었을 터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이 무엇이 다른가. 분별심을 내어 다르다고 여기는 마음을 내려놓는다면 어제와 같은 오늘일 뿐이다. 나이 한 살 더 먹는다고 푸념할 필요도 없고 내년은 올해와 다를 거라는 막연한 기대에 들뜰 필요도 없다. 묵은해니, 새해이니, 나이니 하는 것은 본시 인간이 만든 허상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저 내게 주어진 오늘을 충만하게 살면 된다. 가능한 한 평정심을 잃지 않고 평안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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