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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Dec 05. 2023

여인숙

잘랄루딘 루미의 <여인숙>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짧은 순간의 깨달음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여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무리여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고

가구들을 모두 가져가도


그렇다 해도 저마다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미지의 기쁨을 주기 위해

빈자리를 마련하는 역할인지도 모르니.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웃으며 맞이하라.

그리고 그들을 집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히 여겨라.


모든 손님은 저 너머의 땅으로

우리를 안내할 테니까.




오늘은 어떤 손님이 내 마음을 방문할까? 평온한 평정심을 느끼며 살고 싶으나 하루하루 새롭고 다채로운 방문객이 수시로 드나든다. 오늘 슬픔과 후회가 방문했다고 해도, 오늘 환희와 기쁨이 방문했다고 해도 그들은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에 불과하다. 모든 것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세상일이란 당장 겪고 있는 그 순간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행복하겠지만 지나고 나면 그저 그런 흐린 사진의 기억처럼 희미해질 뿐이다. 모든 것은 찰나의 순간 방문하고 떠나갈 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므로 매 순간 방문하는 희로애락이라는 손님을 웃으며 맞이해야 한다. 누가 오든 마찬가지다. 기쁨이 방문했다고 계속 기쁠 수만은 없다. 슬픔이 방문했다고 마냥 슬프기만 한 것도 아니다. 그 어떤 방문객도 잠깐 동안 머물다 갈 뿐, 모든 것은 한 때일 뿐이다.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 최대한으로 살아야 한다.




실컷 울음을 토해내다 보면 슬픔의 앙금과 찌꺼기가 옅어져 차츰차츰 사라지는 것처럼 마음속 묵은 때를 청소하기 위해 시시때때로 어둡고 부정적 감정도 찾아온다. 살아있다는 건 행복임을 일깨워주기 위해 소소한 기쁨과 즐거움, 희망도 찾아온다. 감정의 동물, 인간이기에 이 모든 방문객이 수시로 들락거린다. 이유 있어 방문했을 그들에게 휘둘려 넘어지기보다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하자. 그리고 감사하라. 그들로 인해 나는 한층 더 성숙하고 깊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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