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안진 시인의 <키>는 다음과 같다.
부끄럽게도
여태껏 나는
자신만을 위하여 울어 왔습니다.
아직도
가장 아픈 속울음은
언제나 나 자신을 위하여
터져 나오니
얼마나 더 나이 먹어야
마음은 자라고
마음의 키가 얼마나 자라야
남의 몫도 울게 될까요
삶이 아파 설운 날에도
나 외엔 볼 수 없는 눈
삶이 기뻐 웃는 때에도
내 웃음소리만 들리는 귀
내 마음이 난장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부끄럽고 부끄럽습니다.
유아기에나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는 줄 알았다. 살면 살수록 알게 되는 부끄러운 진실은 어른이 된 지금도 아직 자신만을 위해 운다는 것이다. 누구라도 멀리 있는 바위산 때문에 힘들어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내 신발 안에 있는 작은 모래 한 알 때문에 힘들어한다. 죽을병에 걸린 누군가의 아픔보다 내 손에 박힌 가시 하나, 내가 앓고 있는 감기가 더 큰 아픔이 된다. 가족이 죽었을 때조차 떠나간 고인이 가엾고 불쌍해서 울기보다 남겨진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며 운다.
누군가에게 잘해줬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주고 너도 좋아하라고 강요했을 뿐 정작 상대방이 원하는 건 주지도 않았다. 사자가 소에게 고기를 주고 "나는 최선을 다 했어" 소가 사자에게 풀을 주고 "나는 최선을 다했어"라고 자기만족만 했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고 먹지도 않는 소에게 고기를 준 것은 폭력이었다. 풀을 좋아하지도 않고 먹지도 않는 사자에게 풀을 준 것은 배려가 아니라 횡포였다. 나만의 최선을 다해놓고선 상대방이 몰라준다고 섭섭한 마음 들었던 적 없다 할 수 있는가. 얼마나 더 나이를 먹어야 진정으로 상대방을 배려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살아야 상대방의 아픔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을까. 한없이 작고 못난 내 마음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