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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나무 Apr 16. 2024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양성우 시인의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모든 들풀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 숨어 사는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

바람도 없는 어느 한여름날,

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

누구든지 나무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

무수한 초록 잎들이 쉬지 않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

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관없이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오직 하나,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들은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살아 있다는 건 축복이다. 어두운 터널을 지날지라도 살아 있다는 건 행운이다. 진흙밭을 뒹굴어도 살아 있다는 건 감사할 일이다. 살아 있음으로 모든 게 신비롭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새로운 시작에 묘한 설렘과 두근거림을 느끼고 피부에 와닿는 살랑이는 봄바람을 느낀다. 향긋한 꽃내음을 맡고 겨우내 견뎌온 대지의 강인함을 느낀다. 이 모든 건 살아있기에 가능한 축복이다. 오직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모든 것은 아름답다. 살아 있다는 건 상처가 있다는 거다. 살아 있다는 건 그 모든 시련과 상처를 이겨냈다는 거다. 그렇기에 살아 있는 모든 것은 강인하고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있다. 눈물겹고 시린 사연 하나 없다면 살아도 산 것이 아니리라. 눈물 나게 아름답고 시리도록 눈부신 저마다의 사연이 켜켜이 쌓여 살아가는 것이 된다. 그래서 살아 있다는 이유 만으로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가슴 한편에 뭉클함과 애잔함을 남기기에 더욱 아름답다. 살아 있기에 그렇다. 산다는 건 그런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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