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AI는 없다
나는 AI 사용에 나름 개방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로 정보 리서치나, 확실한 개념에 관해선 AI의 설명이 도움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선생님 근데요, GPT는 똑똑한 애들한테 더 잘 설명해주는 것 같아요.”
한 학생이 쉬는 시간에 내게 이렇게 하소연을 한다.
‘똑똑한 아이들한테 더 잘 설명한다’고? 나는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린다.
이전에 다른 아이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저는 GPT한테 물어보면 잘 못 알아들어요. 무슨 말인지 어렵게 설명해요. 여러 번 물어봐야해요.”
과연 이 아이들이 말한 격차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1. 누구에게 더 잘 작동하는가?
AI는 평등해 보인다. 누구나 쓸 수 있고, 누구에게나 답해준다.
그러나 실제 교실에서는 ‘AI가 어떤 아이에게 더 유리하게 작동하는가’가 점점 드러나고 있다.
• 논리적 글쓰기에 익숙한 아이는 더 좋은 prompt를 던진다.
• 배경지식이 있는 아이는 답을 빨리 이해한다.
• 부모가 고학력인 가정은 AI 사용 교육을 선제적으로 시도한다.
결국, AI가 새로운 사교육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도구는 같아도 ‘다루는 기술’이 다르다.
2. 누구는 소외되는가?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 요약보다 반복을 통해 배우는 아이, 피드백을 ‘직접 듣고’ 이해하는 아이.
이들은 AI 튜터의 답변을 받아도 핵심을 못 잡거나, 소화하지 못한다.
혹은 AI를 무서워하거나 불신하여 애초에 접근하지 못한다.
예전엔 교사가 그 차이를 감지하고 맞춤 대응할 수 있었다.
이제는 AI가 교사 역할을 대체하면서, 그 섬세한 차이를 놓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3. ‘AI를 쓸 수 있는 능력’ 자체가 격차가 된다
GPT, Gemini, Quizlet, Grammarly, …
학생마다 접근하는 AI 툴이 다르고, 사용하는 방식도 천차만별이다.
어떤 학생은 프리미엄 유료 GPT를 쓰고, 어떤 학생은 무료 베타 버전만 쓴다.
부모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정보력이 아이의 ‘AI 환경’을 결정하고 있다.
우리가 ‘모두가 AI를 쓸 수 있다’고 말할 때,
그 ‘모두’는 이미 능력 있고 리터러시 높은 집단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4. 공정한 AI는 없다
기술은 빠르지만, 공정은 느리다.
AI는 ‘능력 있는 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방식으로 이미 작동하고 있다.
이는 교실 안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교육 격차를 더 깊게 만들고 있다.
법과 제도는 아직도 AI 사용 여부에만 초점을 둔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질문은 이거다:
“AI를 ‘누가’, ‘어떻게’, ‘어디까지’ 쓸 수 있는가?”
GPT는 교사의 자리를 대체할 수는 있어도, 학생 간의 격차를 메워주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그 격차를 넓히고 있다.
‘AI는 평등한 도구’라는 환상 아래, 아이들은 다시 한번 분화되고 있다.
기회는 공평하지 않다.
우리는 지금, 또 하나의 불평등이 탄생하는 순간을 목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