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책임인가?

by YShim

며칠 전, 한 학생을 불렀다.

숙제로 해 온 작문 과제가 평상시 아이의 스타일이 아닌 것 같고, 주제 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아이인데도 엉뚱한 전개로 글을 써 왔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AI 도움을 받았다고 아이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약간 민망해하긴 했지만, 금새 아이는 요즘 자주 쓰는 AI 기반 학습 앱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았다.

“질문을 했는데 AI가 이상한 설명을 해줬어요. 틀린 것 같아서 다시 물어봤는데 계속 같은 답만 하고… 짜증나요!“

아이는 금새,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AI의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떻게 했냐고 물었다.

그 학생은 말했다.

“사실 다른 숙제도 너무 많잖아요. 그래서 설명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걸로 골라서 숙제로 낸 거에요.”


그럼 이 학생의 과제의 책임은 누구일까?


디지털 교실에는 이제 사람 교사만 있는 것이 아니다.

AI 튜터, 챗봇 기반 피드백 시스템, 맞춤형 문제 출제기까지.

AI는 아이들의 학습 파트너이자 때로는 주 교육자 역할까지 맡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긴다.

AI가 학생에게 오답을 반복해 가르쳐도,

불완전하거나 편향된 피드백을 줘도,

심지어 아이가 상처받아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왜일까?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교육 행위의 주체는 ‘사람 교사’라는 전제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다.

AI는 ‘도구’일 뿐이며, 법적 책임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 결과, 학생이 피해를 입어도

학교는 “우리가 만든 AI가 아니다”고 말하고,

개발사는 “우리는 기술만 제공했다”고 말하며,

교사는 “AI가 한 일”이라며 물러선다.


이쯤 되면 묻게 된다.

도대체 이 교실에서 ‘책임지는 사람’은 누구인가?


현행 법체계는 이런 상황을 상정하지 않았다.

AI의 교육적 판단에 대한 법적 기준도,

학습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영향에 대한 구제 수단도,

심지어 학생이 AI에 의존하면서 발생하는 학습격차 문제도

명확하게 다루지 않는다.


AI는 이미 교실에 들어왔지만,

법은 아직 문 밖에 멈춰 있다.


AI는 오늘도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러나 아이가 틀리면, AI는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 책임의 공백을 덮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