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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Feb 09. 2023

탁구장에서 맛보는 환희

실력으로 맞짱 뜨는 사회

전통적으로 유교 국가인 우리나라에서는 몸을 쓰는 일을 좋게 보지를 않았었다. 그것이 돈을 버는 일이건 즐거움을 위한 일이건 간에 머리를 쓰는 일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직업도 책상에 앉아 펜을 굴리는 일을 하라고 하고, 혹시 춤이라도 배우려고 하면 색안경을 쓰고 보던 시절도 있었다.

시대가 많이 바뀌어 이제는 직업과 취미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고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좋게 보고 많은 관심을  갖는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은 결과적으로 군살이 빠지고 근육이 붙어서 신체도 아름답다.

그러나 건강이나 재미 이외에 다른 요소가 끼어들기도 한다.

요즘은 신체를 아름답게 하려고 운동을 하는 사람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장비가 얼마짜리인지에 관심이 집중되어 비싼 장비를 가진 사람들하고만 교류하기도 한다. 비싼 자전거가 성능이 좋기도 하지만 남의 주목을 받기도해서 무리를 해서 사는 사람도 봤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과시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운동을 배우려고 비싼 경비가 드는 운동을 배우기도 한다. 골프만 생각해봐도 시간적으로 멀리 있는 골프장까지의 왕복 거리와 라운딩 시간이 부담스럽고, 경제적으로도 비싼 장비와 경비까지 부담이 만만치 않은데도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운동외적인 사실사람들에게 인기가 이유 중의 하나이다.

물론 땅이 넓은 북아메리카 사람들은 골프를 재미로 친다. 외국에 잠깐 살았을 때 그곳의 사람들이 청바지 입고 가볍게 골프를 치는 것을 많이 보았다.

운동은 조건에 신경 쓰지말고 즐기는 것이 좋다는게 내생각이다.  결과로 즐겁고, 몸매도 좋아지고, 건강해지는 것이다.

 

인간은 ‘놀이를 하는 동물’이라 하고 그중에서도 몸을 쓰는 놀이가 가장 기본적이라고 할 때 탁구는 좋은 놀이이자 운동이다.

첫째, 재미있다. 작은 공을 작은 라켓을 써서 네트 너머로 넘기는 간단한 놀이이지만 단식이건 복식이건 상대방과 마주 보고 공을 주고받아야 해서 그 상호 작용에서 오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내가 친하게 지내는 진지한 성격의 친구는 보통때  웃는 일이 많지 않았는데 탁구를 같이 치면서 그 친구가 그렇게 잘 웃는 사람이란 걸 처음 알았다. 웃음의 종류도 어린 아이처럼  순수한 웃음이었다. 사람이 살면서 이런 웃음을 많이 웃어야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운동량이 제법 된다. 안믿는 사람도 있겠지만 피트니스나 워킹이나 조깅의 운동 시간과 비교하자면, 재미있어서 오래 할 수 있기 때문에 두세 시간 계속할 수 있고 땀에 흠뻑 젖을 정도의 운동이 된다. 게다가 격렬하지는 않아서 연세가 있는 분들도 늦은 나이까지 지속할 수 있다.

세째, 경제적이다. 편안한 복장에 적당한 탁구 라켓 하나만 사서 동네 문화 센터에 들어가면 된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모이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더 하고 싶은 사람은 두군데에 등록하거나, 사설 탁구 클럽에 가입해서 매일 가면 된다. 집 근처이니 가는데 오래 걸리지 않고 돈도 많이 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사회의 분위기가 모이면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일, 재능, 생각 이런 것들 보다 산, 아파트 평수, 자식의 성취 같은 것만 화제에 올려서 피곤한데, 탁구장에서는(다른 취미나 스포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직 그 사람의 탁구 실력이 모든 걸 제압한다. 돈, 나이, 지위등을 다 치우고 실력으로 맞짱 뜰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공간에서 오랜만에 나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기쁨이 있다.


사족을 붙이자면, 무용이나 악기 연주나 그림 그리기 같은 예술 활동이 인간의 마음을 표현해서 분노까지도 승화시키는 작업인데, 탁구도 치면서(특히 스매싱) 마음속의 공격성 같은 부분이 표출되면서 해소되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서투르고 거친 분노 표출은 위험하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공격성을 운동 규칙에 맞게 알맞게 강도를 조절해서 표출하면 오히려 일상생활에서는 차분한 태도를 가질 수 있다. 스트레스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서  화병이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그러니 정신과 의사에게 가지 말고 탁구장에 오시라.

     

물론 탁구 입문자에게 어려운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어떤 운동이나 마찬가지이기는 한데, 진입 장벽이 있다. 텃세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나는 그렇게 보지는 않는다. 텃세는 단지 새로 들어온 사람이어서 차별하는 것을 말하는데 탁구장에서는 새로 온 사람도 잘 치는 실력자이면 금방 그룹으로 동화된다. 강사가 레슨을 위해 상대해주는 경우를 제외하고, 모든 스포츠는 서로 실력이 맞아야 재미있기 때문에 초보자와 치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결국 동호회에서 설움을 당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실력을 향상하는 길 밖에 없다. 개인 탁구 클럽에 가서 레슨도 받고 기계로 연습도 하고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친구도 찾아서 연습하는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면 탁구를 즐길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어느 날 다른 테이블에서 같이 치자고 초대받는 환희의 순간이 올 것이다.


*기우이지만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린다. 나는 아직 탁구 수준이 하수여서 고수님들께 열심히 배우는 중이다. 게임에 초대받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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